2024.12.10.
누군가를 누구에게 소개하기,
단순한 친목 수준을 넘어
연인이나 부부의 연을 잇는 일은 쉽지 않다.
당사자와 중개자의 관계는
편안함과 당혹감 그 사이
어딘가에서 맴돌기도 한다.
좋은 의도가
항상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고
가벼운 제안이
뜻밖의 만남을 이루기도 한다.
F는 작년 여름
한 후배로부터 부탁을 받았다.
대학생 시절 친하게 지내다가
졸업 후 소식이 뜸했는데
오랜만에 연락이 왔다.
"선배, 잘 지내시죠?"
"와, 이게 누구야. 얼마 만이냐.
그래, 너도 잘 지내고?"
두 사람은 가벼운 안부를 주고받고
약속을 잡았다. F는 졸업 후에도
근처 직장을 다니며 학생 시절과
생활 반경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후배는 이곳에서 멀리 떨어진
지방 파견 근무 중이었는데
청춘의 추억이 깃든 그 시절
식당 겸 주점에 오기 위해
5시간을 달려왔다고 했다.
세상 사는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잔을 기울이다가 후배는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선배, 혹시 주변에 괜찮은 사람 있나요?"
괜찮은 사람이라.
글쎄, 뭐가 괜찮다는 걸까.
내 코가 석 자인데...
"선배가 소개해주는 분이라면
믿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칭찬 같은데 마냥 유쾌하지는 않다.
어쨌든 신뢰한다니 나쁘지는 않네.
그러고 보니 그녀가 떠오르긴 했다.
재작년 이웃 부서에 입사한 신입 사원.
돋보이지는 않아도 성실하고 상냥하지.
몇 번 프로젝트를 같이 하면서
인사도 나누고 밥도 먹었지.
그런데 왜 그녀가 생각났을까.
그녀에 대해 알고 있는 몇 가지로
두 사람의 미래를 저울질할 수 있을까.
뭐, 둘 다 볼링을 좋아하고 식성도 비슷했다.
서로의 집은 멀어도
모든 걸 다 맞출 수는 없지.
삶에 대한 가치관은 서로가 맞춰볼 몫이고
종교는 아마 같은 것 같다.
경제관념은 잘 모르겠어.
생각하다 보니 그녀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었다. 설마 만나는 사람이
있는 건 아니겠지. 아직 미혼으로 아는데...
쓸데없는 공상만 줄줄 늘어놓은 건 아닐까.
F는 후배에게 그녀에 대해 이야기했고
후배는 관심을 보이며 소개해주기를 원했다.
F는 망설였지만 그녀에게 물어보겠다고 했다.
그 결과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