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2.7.
"그동안 정이 참 많이 들었는데..."
"아쉽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고.
아무튼 좋은 일로 떠나는 거니까
감사하게 생각해."
"나도 그래. 즐거운 추억 많이 만들고 가네."
"힘든 일도, 슬픈 일도 있었지만
지나고 보니 다 필요한 거였더라."
"그래, 맞아."
텅 빈 집을 둘러보며
K와 S는 말을 이었다.
여기 처음 왔던 날이 떠올랐다.
그때는 곳곳에 무엇을 어떻게
배치하고 채워 넣을지 설렜는데
지금은 짐을 다 빼내어 시원섭섭하네.
두 사람은 이곳에서 살림을 시작했다.
그전에 잠깐 머물던 곳이 있었는데
거기에서는 최소한의 짐으로 머물며
주말마다 각자의 집으로 돌아갔다.
본격적인 가정을 꾸린 건 여기였지.
위치가 참 좋은 곳이었다.
바로 근처에 두 사람이 자주 산책하던
큰 공원이 두 곳이나 있었고
교통도 편리했다.
마을에서 6Km 떨어진 고속도로를 이용하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기도 좋았다.
K의 출퇴근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여긴 그들에게 의미 있는 도로였지.
여행의 두근거림을 시작한 곳도,
떠남의 슬픔을 마무리하는 곳도
이곳이었다.
셀 수 없는 웃음과
수많은 눈물을 짓고 떠난 길,
그 위에 흩뿌린 감정의 씨앗들은
봄날의 꽃가루처럼 두 마음속에
자욱한 흔적을 남기곤 했다.
이젠 이 도로와도 멀어지겠구나.
무수한 차들이 여길 지나다니겠지만
우리를 품었던 한때의 시간을 잊지 말아 주기를.
손 때 묻은 세간을
가득 실은 이삿짐 트럭이
느릿느릿 걸음을 떼었다.
우리도 이제 움직여야겠다.
두 사람은 마음의 귀중품을 담은
승용차에 올랐다.
뒷좌석에는 이런저런 물건들이 많았다.
소중한 녀석들, 이제 새로운 보금자리에서
지내야겠지. 새로운 생명이 곧 태어나면
또 어떤 추억들이 만들어지고 쌓일까.
정말 기대된다. 그때는 더 많은
행복을 담아 찾아올게.
그들은 마지막으로
고속도로를
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