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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어라 Oct 27. 2022

미쳤나보다, 소설이라니

브런치 100번 째 글을 넘기며-

정확히 2018년 무렵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다. 물론 그 전에도 블로그나 네이버 카페 활동을 하며 글자를 쓰기는 했다. 더 이 전에 아이가 태어나고부터는 육아일기를 빙자한 잡문도 썼지만 그야말로 일기, 혹은 단순 수다글일 뿐이었다. 나를  이해하고 세상을 이해하는 '글쓰기'를 시작한 것은 2018년 한 독립서점에서 4주 간 진행하는 글쓰기 모임에 신청하면서부터였다. 일주일에 한 편 글을 쓰고 참가자들이 함께 읽는 모임을 통해 브런치도 알게 되었고 긴 망설임 끝에 2021년에 브런치에 작가 신청을 했다. 이후로 조금씩 내 안에서 우러나는 글을 써보려 노력하고 지금까지 근근이 일기와 에세이 사이의 글들을 써왔다.


에세이를 쓰다보니 처음에는 내가 겪은 일들을 중심으로 풀었다. 내가 본 것, 내가 들은 것, 내가 느낀 것....그러다 보니 어느 새 내 주변의 일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주변 사람이 등장하고 그 사람들이 겪은 일을 그려내기 시작했다. 글을 더 재밌고 생생하게 표현하기 위해 대화도 넣고 하다보니 어느새 어떤 '이야기'가 만들어졌다. 있었던 일을 소재로 가공의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일이 재미있어졌고, 그러다보니 어느새 멋대로 '소설'이라고 이름 붙인 이야기가 몇 편 나왔다.


잘 쓰는 사람이 아니라 쓰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 사람이 작가라고 누가 그랬다던데...(어디서 읽은 기억이 있는데 정확히 모르겠다) 계속 쓰고 싶은 이야기가 나올지, 또 어떤 이야기들이 쌓일지 모르겠지만 이렇게 한 바탕 쏟아내고 나니 후련하다. 겨우 네 편이지만 내게는 첫 시도이고 놀라운 도전이었다. (얼결에 브런치 100번 째 글도 넘겼다!) 


사실 주변 아무에게도 말 못할 만큼 정말 부끄러지만 쓰게 된 까닭은 아주 단순하다. 재미. 진짜로 이야기를 상상해서 만들어 내는 일이 재밌었다.  주변의 모든 이야기들, 사람들, 소리들, 보이는 풍경들이 지금까지와 달라 보였다. 갑자기 내 온 몸이 귀로 변한 듯 했다. 재미난 이야기 없을까 여기저기 물어보기도 했다. 그렇게 떠오른 이야기들을 글로 펼쳐보았다. 문장이나 주제같은것을 생각지 않고 그저 단순하게 떠오른 장면을 글로 만들어 보는 일이지만, 두근거릴 정도로 즐겁고, 완성하고 나면 뿌듯했다. 아직은 A4 1, 2 장 정도 분량되는 초단편 정도의 짧은 이야기 밖에 쓸 수 없지만 이 짧은 글을 쓰기 위해 하루를 보내는 느낌이었다.


언감생심, 내가 쓴 글에 소설이라는 이름을 붙이다니. 민망한 정도를 넘어서 죄를 짓는 일이 아닐까? 글을 쓰는 법도 모르고 배워본 적도 없고 모임에 참가해 본 적도 없으면서 소설이라고 이름 붙인 글을 이렇게 뻔뻔하게 올리는 것도 모자라 읽어달라고 공개까지 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래도 브런치가 있으니 또 뻔뻔하게 이야기릘 만들어 올려볼 생각이다. 그냥 기분 내킬때 쓰지않고 꾸준히 쓰기 위해 목표도 정했다. 목표가 있어야 지난 2년 간 반복한 것 처럼 브런치를 방치하고 글을 안 쓰는 게으른 상태를 극복할 수 있을 것 같다. 


우선 짧은 이야기들을 계속 써서 내년 브런치북에 응모해 보련다. 10월부터 1년이면 브런치북 한 편은 발행할 수 있겠지. 내년까지 길게 잡고 천천히 오래 가보고 싶다. 소설쓰기를. 

그나저나 소설이라니.

정말로 내가 미쳤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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