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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어라 Oct 31. 2022

늘 혹은 때때로

아침의 시

늘 혹은 때때로

                                  -  조병화  -


늘 혹은 때때로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는 건

얼마나 생기로운 일인가


늘 혹은 때때로

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는 건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카랑카랑 세상을 떠나는

시간들 속에서


늘 혹은 때때로

그리워지는 사람이 있다는 건

얼마나 인생다운 일인가


그로 인하여

적적히 비어 있는 이 인생을

가득히 채워가며 살아갈 수 있다는 건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가까이, 멀리, 때로는 아주 멀리

보이지 않는 그곳에서라도

끊임없이 생각나고 보고 싶고

그리워지는 사람이 있다는 건

얼마나 지금 내가

아직도 살아있다는 명확한 확인인가


아, 그러한 네가 있다는 건

얼마나 따사로운 나의 저녁노을인가      




이 시를 우연히 읽고 아껴두었다가  '애인'이라고 부르는 친구에게 톡으로 전문을 보냈다.

시를 보낼 친구가 있어서, 이 시를 읽어줄 친구가 있어서 얼마나 감사한가.

네가 그리워 이 시가 떠올랐고, 이 시가 떠오르자 네가 더  그리워졌다.

여름에도 못 만나고 가을에도 못 만나고 있는 친구에게 시를 보낸 아침.

아직 입김을 만들지 않는 10월의

마지막  햇살이 따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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