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피어라 Nov 29. 2022

새 식구를 들이다

지난 주말, 결혼기념일이었습니다. 아유, 결혼을 긍정하기는 했지만, 꼭 이 사람이어야 되나? 다른 사람과 결혼했으면 어떨까? 뭐 그런 생각 누구나 하잖아요. 아닌가요? 뭐 축하받을일이라고, 이러면서 여직 선물을 챙겨본 적도 없고, 근사한 데이트를 해 본적도 없고, 뭐 그랬습니다. 저녁 한 끼 해결하기 귀찮으니 그 핑계로 외식은 여러번 했습니다만.


여튼 특별히 설렌다거나 계획이 있다거나 한 건 아니었는데 우연찮게 주말에 큰 아들 행사가 있었습니다. 경기꿈의학교 프로그램에 참여했었는데, 시에서 작품 제작하는 프로그램들만 모아서 잛게 전시겸 성과발표회를 연겁니다. 늦가을, 아직 단풍이 남아있는 산 밑 학습센터에 온 가족이 출동하고 돌아오는 길, 마침 근처에 있던 단골 식물가게에 들렀죠. 잘 자라던 디펜바키아가 비상사태라서 나온 김에 흙이나 사가자고 남편이 얘기했거든요.


네비에 목적지를 찍는 순간부터 심장이 두근두근, 십분 정도 거리인데 빨리가고 싶어 차안에서 발을 동동거렸습니다. 드디어 도착! 아, 이거지 이거야. 문 열고 들어서는데 도파민이 마구 쏟아지는 것 같았어요. 좋아서 폴짝거리며 식물들 사이를 뽈뽈뽈뽈 돌아다녔습니다. '아유 제라늄 잎 귀여운 거봐, 어머나 종려죽, 키우고 싶던건데 대품밖에 없네, 페페 수형 예쁜거 봐라, 아유 사장님, 재작년 봄에 사간 피어리스 결국 죽였어요, 속상해요.' 수다와 조언들 틈에서 잎색이 예쁜 칼라데아 두 종을 집었어요. 그리고 남편에게 말했죠. "이거 결혼기념일 선물로 하자."


가을겨울에는 식물을 잘 안들이는데 핑계 삼아 두 녀석을 데리고 왔어요. 퓨전화이트랑 진저. 사실 진저는 너무 무성히 잘 자라서 화분에 옮겨 번식시키려도 분갈이 했다가 급작스레 사망하신 아픈 기억이 있는 아이라, 못잊어서 한 번더 도전하는거구요, 퓨전화이트는 몸값이 비싸 못 데려오고 있었는데 결혼기념일이라 소심하게 질렀어요. 이렇게 두 분을 모셔오고 나니 왜이리 행복합니까. 흐흐흐흐흐 하는 요상한 웃음소리가 절로 나더라고요. 일단 텔레비젼 옆에 올려놨어요. 퇴근하고 잎을 보며 또 이상한 소리로 웃을 예정입니다. 벌써부터 신나네요. 잘 자라주세요!!! 이쁜이들 자랑 샷 나갑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식집사  시중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