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피어라 Dec 16. 2022

아이코, 드디어 코로나에 붙잡혔네!

여직 온 가족이 잘 피해다녔지요. 백신도 3차까지 맞고 마스크, 손소독, 개인위생 철저히 하고 잘 다녔는데, 2022년 마지막을 20여일 앞둔 12월 12일에 코로나라는 놈한테 붙들려버렸습니다. 전국민의 반 이상이 걸린 코로나인데, 누가 남 앓고난 이야기를 관심있게 읽겠냐싶기도 하지마는! 그래도 씩씩하게 코로나 걸린 얘기를 적어봅니다. 코로나라는 걸 겪고 이겨내고 있다고, 아픈거 잘 버텼다고 얘기하고 싶었습니다. 저, 아팠어요. 토닥토닥해주세요, 라는 공개적인 쓰담구애랄까요.



증상이 보인건 지난 일요일 부터였습니다. 이상하게 기침이 자꾸 콜록콜록 나더라고요. 그냥 가벼운 기침인가했는데, 월요일 출근하고 오후가 될 수록 몸이 무거워지는게 실시간으로 느껴졌습니다. 수업 후 꼼짝않고 앉아서 성적처리하는데 자꾸 엎드리고 싶더라고요. 몸살이 오려나 싶어 퇴근하면서 바로 이빈후과에 들렀습니다. 학기말 바쁠때라 얼른 약먹고 일하자 싶었거든요. 


그런데 어라? 37.4도. 미열로 보기엔 약간 높은 열이 있다네요? 우선 신속항원검사를 해보잡니다. 용지에 작성하고 옆에 앉으라 하길래 시키는대로 했죠. 곧 의사분이 나와서는 증상 몇가지 묻더니 바로 검사? 끝? 나가서 기다리라네요. 1분도 안되었는데 확진이라고 처방전을 줍니다. 이 모든게 5분도 안되어 일어났어요. 그때가 5시 20분 쯤이었나봅니다. 당장 내일부터 일주일간 수업이 걱정되더군요.


약국에서 약을 짓고 그 길로 다시 텅 빈 학교로 들어갔습니다. 교무실에 연락하고, 병가 올리고, 이번 주 보결들어오실 선생님을 위해 금요일까지의 수업 내용 안내와 활동지 준비 한 것 차례로 꺼내놓고, 마지막으로 교실 소독까지 끝내고 나니 한 시간이 훌쩍 지나있더군요... 7시 쯤 되어 캄캄해진 학교를 나왔습니다. 버스를 타면 안될 것 같아 집까지 빗길을 40분 동안 걸어갔더니 발이 물에 불었더라고요. 그 사이에 남편은 아이들 데리고 병원에 가서 검사하고 저녁먹인 후 들어가기로 했지요.


 네, 비오는 월요일의 일이었습니다-


집에 들어가 아이들 얼굴도 못 보고 안방으로 직행해서 문부터 걸어 잠그고 약을 먹었습니다. 씻지도 못하고 포장해간 죽으로 대충 저녁을 먹고 그대로 누웠는데, 온 몸이 쑤시고 아파서 잠이 안 오더군요. 두 시간마다 깨서 혼자 팔다리를 주무르다가 새벽에 약 한 번 더 먹고 간신히 잠들었습니다. 다행히 그 후로 증상이 조금씩 나아져서 확진 5일차인 오늘은 제법 살만 합니다. 그 사이에 온 가족이 차례로 확진되었다는 것만 빼고요.


수요일 하교한 큰 아들이 어지럽고 열난대서 바로 병원가서 확진, 다음 날 아침 둘째도 머리 아프다 하고 남편도 컨디션이 안좋다해서 둘 이 같이 병원가서 나란히 확진. 온 가족이 격리중에 있습니다. 덕분에 이렇게 컴퓨터도 쓸 수 있게 되었네요. 수요일까지는 저 혼자 방에서 격리중이어서 아무것도 못하고 있었거든요. 차라리 다같이 격리하고 다 같이 치료하고 다 같이 일상으로 복귀하는게 훨씬 편하겠다 싶습니다.



사람마다 나타나는 증상도 정도도 다를터라 심각하게 아프고 위험한 상황까지 가는 분들도 계실텐데, 다행히 우리 식구들 모두 큰 탈없이 지나갈 것 같습니다. 이 정도로 지나가는 것이 참 감사하고, 가족 모두가 머물 공간이 있는 것도 감사했습니다. 격리되어 지낼 수 있는 방이 있는 것도 기쁘고 아이들이 아빠와 함께 있는 것도 안심이 되었습니다. 백신을 맞아서인지 생각만큼 많이 아프지 않고 잘 넘어가는 것 같습니다.


월요일, 화요일 이틀 동안 혼자 방안에서 약먹고 잠만 자고 있으려니 문 밖에 있는 작은 아들이 얼마나 보고 싶고 안고 싶었는지 몰라요. 문 밖에서 보고 싶다고 서로 애절하게 외치다가 결국 영상통화 하며 눈물 흘렸지 뭡니까. 아들이 "엄마는 나밖에 모르는 바보구나?"라고 말해서 웃었지요. 자기도 그냥 코로나 걸려서 엄마 옆에서 같이 자고 싶다는 아들의 말을 들으니 이 상황에서도 행복이라는걸 느낄 수 있었어요.


수요일, 곧이어 확진된 큰 아이와 함께 자는데 열이 펄펄 끓더라고요. 100키로 넘는 아들의 몸을 주물러 주면서 편하게 잘 수 있도록 살펴줬더니 "엄마, 감동이야. 이렇게 나를 돌봐주다니."이런 흰소리를 하지 뭡니까? 세 돌까지 기억은 하나도 없는게 분명합니다. 지극정성으로 아픈 아이 들쳐업고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했던 시절인데. 이제와서 새삼 아픈 자기 다리 좀 주물러줬다고 감동받아하는지. 어이가 없었지만 뿌듯하기도 했지요.


목요일에는 결국 다 오픈하고 다 같이 얼굴보고 약먹고 잤습니다. 아직 두통과 어지럼증이 남아있지만 기침도 잦아들고 몸살도 덜해서 움직일만 하더군요. 미역국도 끓이고 간단히 반찬도 해서 밥을 먹을 수 있었어요. 네 식구 같이 모여 함께 기도 하고 밥을 먹었습니다.  


그리고 금요일이 되니 슬슬 몸을 움직여도 될 것 같았습니다. 설거지도 하고, 방정리도 하고, 쌓여있는 빨래도 좀 치우고요. 큰 아이는 체력이 워낙 좋아서인지 금방 좋아지는 것 같고 작은 아이는 가장 증상이 경미해서 평소와 다름없이 까불고 놉니다. 잠옷차림이라는 것만 차이점이겠네요.


저는 재택격리가 하나도 안 힘들더군요. 집밖은 커녕 문밖에 안나가도 하나도 답답하지 않고 편안했어요. 정말 집순이의 장점이 십분 발휘되는 순간이었습니다. 다만, 컴퓨터를 쓰지 못하는 건 조금 답답했어요. 처음에는 아파서 그럴 여유가 없었지만 목요일쯤 지나니까 키보드를 두르리고 싶어서 손가락이 건들건들했다니까요. 그래서 결국 못참고 이 시간에 누워 핸드폰 보지 않고 코로나 일기를 쓰고 있습니다.


아, 안그래도 의사가 10키로 빼랬는데, 이 기회에 살 좀 빠지면 좋겠다는 순진한 기대도 하긴했습니다. 첫날에는 먹는 양이 줄어서 살이 빠지나 했지만 워낙 움직이지 않고 밥먹고 약먹고 자고를 반복했더니 빠지지는 않더라고요. 아쉽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죠?




이제 내일, 모레 지나 다시 월요일이 되면 저는 출근합니다. 일주일간 쌓이고 밀린 일들을 처리하고 제가 없어 힘들었을(?)우리 반 아가들을 만나 잘 도닥여줘야지요. 그러려면 제가 잘 쉬고 회복해야합니다. 잘 자고 잘 먹고 편안하게 주말 보내야겠습니다. 사실 첫 날 침대에 누워있을때는 '넘어진 김에 쉬어간다고 이참에 책이나 읽자.'라고 마음 먹었는데요, 안 읽히더라고요. 그냥 계속 잤다고 핸드폰만 들여다봤네요. 이제 조금 정신이 돌아오니까 격리일이 끝나가네요. 세상일이 원래 다 이렇죠 뭐.


걱정해주는 친정 가족들, 기도해준 조카들 덕에 깨끗이 낫고 일상으로 잘 복귀하리라는걸 믿습니다. 한동안 잠잠하던 코로나가 최근에 다시 유행하고 있다던데, 구독자님들, 또 우연히라도 이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 모두 재감염이나 감염 조심하세요. 혹여 걸리더라도 현명하게 잘 넘어가고 편안히 넘어갈 수 있도록 기도하겠습니다. 모두들 평안한 금요일 밤 되세요.



 






작가의 이전글 생일과 선물, 그리고 크리스마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