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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저지르다

by 피어라

새해, 용감하게 일을 하나 벌렸습니다. 제가 독서모임을 만들었습니다. 계속 독서모임을 하고싶어했는데 독서모임을 찾지 못했어요. 기존 모임이 있다면 당장 가입할텐데 적당한 모임이 없더라고요. 바라는 마음만 품고 있다가 지난 12월 마지막 주에 지역 엄마들 카페 두 군데에 독서모임하자는 글을 올렸어요. 총 다섯 분이 댓글과 쪽지를 주셨고, 구글 설문지로 간단히 원하는 날짜와 모임 빈도 등을 투표한 후 추천책에 대한 의견을 모았어요. 오픈카톡방을 만들어 모임안내도 했고요. 드디어 내일 저녁, 첫 모임입니다. 오실 분들이 어떤 분들이실지, 함께 어떤 책을 읽을지 너무 기대됩니다. 떨리기도 하고요.


사실 동네 책모임을 정말 오래 전부터 찾았는데, 쉽지가 않았어요. 몇 년 전에도 용기 내서 책 모임 하고 싶은 사람을 찾는 글을 올린 적이 있었는데, 그땐 별 반응이 없어 진행하지 못했지요. 저도 자연스레 마음을 접었구요. 평일 낮에 하는 도서관 모임은 직장 문제로 활동이 어려웠고, 거리가 먼 곳은 참여가 불편했지요. 가끔 서점이나 도서관에서 열리는 단기 독서모임에는 참여해봤지만 모임에 가입해서 꾸준히 읽어 본 적이 없어서 많이 아쉬웠어요. 그러니까 이 번이 두 번째 도전이에요. 이유는 간단해요. 함께 책 읽으면서 같이 성장하고 싶어요. 하고 싶고, 포기가 안되더라고요. 그래서 새해 맞는 기념으로 저질러봤어요. 저지르고 보니 뭔가 해야할 것 같아서 연락도 하고 설문도 하고 자료도 만들고 있어요. 책모임 해 본적도 없는데 제가 나서서 만들겠다고 하다니, 아이고...내 코가 석자인데 괜한 일 벌리나 싶기도 하고, 전혀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끼리 모여 제대로 진행할 수 있을지 겁도 납니다. 잘 안되면 어떡하나 걱정도 되고 갈등없이 잘 진행할 수 있을까도 염려됩니다.

그간 책을 읽으며 혼자 읽을 때와 같이 읽을 때의 차이가 크다는 것을 실감했어요. 읽고 흘려버리는게 아니라 무언가 남기기 위해 리뷰도 쓰고 필사도 했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건 함께 읽고 삶에 적용해보고 그 과정을 나누었을 때더라고요. 그래서 목마른 사람이 우물파듯이 용기내봤습니다. 이기적인 내 욕심으로 모임을 꾸려보려는 걸지도 몰라요. 온라인으로도 할 수 있지만 사람의 온기가 그리웠습니다. 다양한 연령과 성별, 이력을 지닌 사람들과 나누는 것도 좋지만 우선은 가까운 지역의 비슷한 상황인 엄마들이 모여서 시작해볼겁니다. 더 진하고 밀도 높은 울림을 경험하길 기대하고 있어요.


내일 저녁 커피 한 잔 마시며 서로 소개하고 이야기하며 책 얘기 나누다 돌아오려합니다. 즐겁고 따스한 시간이 되기를 기도해봅니다. 꾸준히 모임을 이어가고 더 많은 책을 읽을 수 있는 2023년이 되도록, 토끼처럼 폴짝폴짝 뛰어서 여기저기 영역을 넓혀가도록, 토끼처럼 자손을 많이 낳도록(!) 애써보렵니다. 제가 잘 할 수 있을까 걱정도 되지만,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니까요. (끄덕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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