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숲 속의 펭귄

by 피어라

퇴근하고 서둘러 어린이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응급실 의사와 닮았다. 생명이 사그라드는 것 같은 위기감, 1분 1초가 아까운 다급함. 그렇게 서둘러 향하는 길엔 하루의 온갖 냄새들이 섞여있었다. 마무리 하지 못한 일이 주는 텁텁한 미련의 냄새, 육아에 적극적이지 못한 남편을 향한 원망의 냄새, 아이를 향한 그리움과 애잔한 미안함의 냄새가 머릿속에 어지러이 펼쳐진다. 서두르라는 뇌의 명령에 따라 들이쉬고 마시는데 온 힘을 다하고 있는 코는 그 와중에 후각세포가 예민하게 기능을 발휘해 온갖 퇴근길의 냄새들을 다 분별하고 있었다. 기름냄새, 땀냄새, 향수냄새, 길거리음식냄새, 매연냄새 등등등.


서둘러 어린이집 안으로 들어서고 어린이집 특유의 몽글몽글한 냄새를 인식하고 나면 비로소 심장도 두근거림을 멈추고 굳어있는 얼굴근육도 풀어진다. 살짝 겸연쩍은 미소를 지으며 선생님과 인사를 하고 있으면 저 멀리서 까치발을 하고 온 얼굴에 빛을 내며 내 아이가 달려 나온다. 웃는 건지 우는 건지 모를 얼굴에 양팔을 휘저으며 뒤뚱뒤뚱 다가오는 모양새가 영락없이 펭귄이다. 엄마를 향해 돌진하는 아이를 그대로 온 몸으로 받아 안고 들어 올리면 아이에게선 어린이집 냄새가 가득 배어있었다. 그 냄새 틈에 코를 묻고 비벼대면 그제야 그 속에서 한 가닥 내 아이의 냄새가 느껴진다. 찾았다. 준이다. 내 아들. 이 어린 생명을 안고 잠시 있으면 온 몸이 아이의 냄새로 가득 찬다. 아이도 낯설고 퀴퀴한 냄새들로 가득 찬 엄마 머릿결을 손으로 잡으며 차가운 엄마의 뺨에 얼굴을 대며 몸으로 반가움을 표현한다.


남극 어딘가 사는 펭귄은 새끼들을 냄새로 찾는다던데, 나는 내 아이를 냄새로 찾아낼 수 있을까? 아이를 안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아파트 숲 사이에서 냄새로 아이를 찾는 상상을 해본다. 저녁시간 무렵 아파트 입구에서 거대한 펭귄무리들처럼 엄마들과 아이들이 서로를 찾는다. 아이들은 여기저기에서 코를 킁킁대며 저마다의 엄마를 확인하고 엄마들은 아이들 틈에서 자기 아이의 냄새를 찾아 이동한다. 그렇게 만난 아이와 엄마는 서로의 코를 부비며 함께 집으로 돌아가는 거다. 그런 상상을 하며 아이와 함께 집으로 돌아가곤 했다. 그게 벌써 십 년도 더 전 얘기다.


아이가 엄마 냄새를 맡고 평온해지는 줄 알았는데, 돌이켜 생각해보니 아니었다. 엄마야말로 세상의 탁한 냄새를 벗어버리고 아이의 냄새 속에서 평안을 되찾으며 비로소 하루를 마무리하는 거였다.

keyword
이전 04화슈가매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