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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어라 Jun 19. 2023

주말 만두 빚기-치즈만두의 탄생

지난 주 친정에  김치 가지러 다녀왔다. 팔순되신 친정 엄마가 딸들 먹으라고 열무김치와 깻잎김치를 고는 언제 들러 가지러 가려는지 일주일 동안 서너번 전화를 하셨더랬다. 잠깐 들러 김치만 가져가는 것도 참 죄송스럽다. 일요일 오후 느지막히 들러 김치를 가지고 돌아오는 길은 언제나 감사와 애틋함에 마음이 저릿하다.


- 엄마, 힘든데 이제 김치 담그지 마요.

- 내가 해줄 수 있을 때 가져다 먹어. 내년에도 해줄 수 있을지 아무도 몰라.

- 내가 해서 엄마 드려야하는건데, 그지?

- 암말 말고 가져가.


엄마 김치 먹을 날이 앞으로 얼마나 될까 생각만해도 눈물이 차오를 것 같아 괜히 운전하는 남편에게 말을 걸었다.

- 어머니가 해주셨던 음식 중에 뭐가 제일 기억에 남아?

잠시 생각해보던 남편이 바로 대답한다.

- 만두지. 만두.


언제나 남편은 어머니 손맛이 가득한 만두를 그리워한다. 제아무리 비싼 냉동만두라도, 유명 만두요릿집 만두라도 어머니가 집에서 만들어주시던 만두 맛만할까. 무엇도 대신할 수 없는 엄마의 만두를 그리워하는 남편이 안쓰러워 괜히 물어봤다 후회했다.



그리고 또다시 돌아온 주말, 낮동안 잘 쉬고 충전한 다음 간단히 장을 보고 여섯시가 넘어 부엌으로 들어갔다. 두부에 소금을 뿌려 키친타올로 싼 다음 생수병을 올려놓고, 차례로 부추와 숙주를 씻었다. 고이 아껴뒀던 엄마의 묵은 김장김치 한쪽을 꺼내 양념을 털어내고 쫑쫑 썰어 큰 그릇에 담았다. 마늘과 소금 후추를 꺼내면 준비 끝이다. 오늘 저녁은 만두다.


큰 냄비에 육수를 준비하고 마트에서 사온 만두피를 꺼내 식탁에 앉아 만두를 빚기 시작했다. 남편과 둘이 시작해서 작은 아이도 부르고 큰 아이도 같이 앉아 시시한 수다와 함께 만두를 만들었다. 어머니가 만드시던대로 멸치육수에 삶아내서 달달하게 매실청을 넣은 간장에 찍어먹는게, 우리집 홈메이드 만두 스타일이고 나혼자만의 추모방식이다.


오늘은 어머니 맛에 새롭게 아이들의 맛이 추가되었다. 작은 아이가 냉장고에서 체다치즈를 꺼내와서는 만두 속에 찢어넣었다.

- 치즈만두 만들어보자. 이거 맛있으면 대박나는거야!

- 어우 야, 치즈만두라니, 맛있을까?

- 밀가루에 돼지고기니까 어울리지 않을까?

남편도 같이 치즈만두를 만들기 시작하고 덩달아 큰아이도 어릴때처럼 이상한 만두모양을 만들며 즐거워한다. 세 남자가 만두를 빚는 동안 나는 얼른 만두를 육수에 삶아내어 식탁위에 올린다.  


만두가 익어가니 얇은 피에 치즈의 주황색이 비친다. 보기에는 예쁜데 맛은 어떠려는지. 아이들은 좋아하며 자기가 만든 만두를 골라 후후 불어가며 맛나게 먹는다.

- 생각보다 괜찮은데?

- 난 좀 느끼한듯.

- 난 숙주는 싫어.

- 숙주가 들어가야 아삭하고 고기 느끼한 맛을 잡아주는거야.

식기를 기다리는 동안 맛에 대한 품평이 이어지고 서둘러 만두를 집어먹는다. 따로 반찬도 필요없다. 정리하고 플레이팅해서 먹을 틈도 없다. 빚으며 익히고, 먹으며 만든다.


각자의 취향대로 만든 만두에 그리움을 더하고, 아이들과 함께하며 새로운 추억을 남겼다.

일요일 밤, 남편이 오늘 내 수고를 몰라줘도 이 맛은 기억해주면 좋겠다.

슬픔과 애달픈 그리움의 맛이 아니라 소소한 가족사랑의 맛으로.  


https://brunch.co.kr/@joahn102/42

* 어머니와 만두에 관한 추억을 이전에도 쓴 적이 있어요. 그만큼 특별한 음식이 되어버렸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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