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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어라 Jun 28. 2023

4개월 짜리(?)를 안아보다니, 영광입니다


퇴근길에 근처 베이커리카페에 들렀다. 며칠  전부터 만 원어치 빵을 사면 커피 한 잔 주는 이벤트중이다. 모르면 모를까, 알고는 그냥 못지나간다.


아이들 좋아하는 메론빵과 앙버터는 포장하고 부추빵과 커피 한 잔 가지고 자리에 앉았다. 마침 매장 안에 손님은 나밖에 없었다. 나 혼자 넓은 곳에서 커피와 빵을 즐기려니 에어컨에게 미안할 지경이었다.

부추빵과 커피의 조합!


여유롭게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는데 검정 원피스를 입은 젊은 엄마가 자기 팔뚝정도 밖에 안되어 보이는 아가를 안고 들어섰다. 유모차에 앉히지도 않고 아기띠고 안 걸 보아 집에서 잠깐 나온 듯 했다.


아기 엄마는 커피를 주문하고는 비어있는 다른 자리도 많은데 바로 내 옆 자리에 앉았다. 어린 아가를 오랜만에 보는지라, 나도 모르게 눈이 갔다. 자연스레 아기엄마와도 눈이 마추져서 살짝 고개 숙여 인사하는데, 마침 커피가 나왔다.


'아기를 안은 채 커피를 들고 오기 힘들지.'

내가 커피를 가져다줘도 될지 물어보려는데, 아이 엄마가  나를 향해 주저하며 아기를 내밀었다!!


- 어머, 제가 안아도 돼요?


세상에 그 순간에는 정말 과장하지 않고 왕에게 금은보화라도 하사받은 라도 된 심정이었다. 조심스레 아기 옆구리에 양손을 끼고 안아 올리자 이도 안 나 동그랗게 벌어지는 입모양을 한 아기가 나를 보고 웃는다.


- 아가, 엄마 커피드시라고 아줌마한테 왔어? 울지도 않고? 기특해라.


혼자서 아기에게 말을 걸며 위아래로 살살 흔들어주자 아기가 방긋방긋 웃으며 나를 쳐다봤다.

정신이 혼미해진다는게 이런걸까? 혼이 쏙 빠진다는게 이런걸까?


- 이름이 뭐니?

- 몇개월이에요?  


옆에서 커피 마시는 엄마가 대답한다.

봄이요. 4개월 됐어요.

말 못하는 아가에게 질문하면 옆에서 엄마들이 대답한다. 재미있다.


- 우리, 엄마 잠깐 커피 마시면서 쉬라고 아줌마랑 같이 놀까?


아이를 안고 조곤조곤 말을 걸며 카페 안을 걸었다.

아기 엄마에게 '허리도 아프고 손목도 아플텐데 내가 잠깐이라도 봐줄께 편히 커피마시며 쉬어요'라고 말은 못했지만 순수한 내 마음이었다.


잠시 카페 안을 걸었는데 금세 칭얼댄다. 졸린 시간인가 보다. 킁킁대더니 울음을 터트리는데, 아, 그 모습도 어찌나 예쁘던지. 얼른 엄마에게 아가를 넘기고 나서 자리에 앉았다.


이제 4개월된 아가, 엄마 뱃속에서 나온 지 120일 밖에 안된 아가를 안아보다니. 오늘 커피 마시러 들리길 정말 잘했네, 혼자 중얼대며 마저 커피를 마셨다.


칭얼대던 아가는 엄마 품에 안겨 고새 잠들고, 엄마는 핸드폰을 하며 천천히 커피를 마신다. 카페 안에는 조용한 음악이 흐르고 오후 햇빛은 평화로웠다.


잠깐 안아 본 아기의 무게가, 부드러운 살결이, 새삼 작고 소중해서 잘 살고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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