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릭시르에서 나온 미스터리 소설, 정해연의 [홍학의 자리]를 드디어 읽었다.
워낙 리뷰들이 좋았던터라 기대하고 읽었는데, 기대 이상이었다. 보통 기대를 많이 하게 되면 그에 못 미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아니었다.
첫 프롤로그부터 사로잡혀 손을 놓지 못하고 읽어내려갔다. 정돈된 문장들은 삐그덕 거리지 않고 결말까지 달려가게 하고, 연이은 반전들이 끝까지 긴장을 풀지 못하고 몰입하게 만든다. 이야기를 따라 달려가지만 무언가 걸리는 것들이 있어 뒤돌아보게 했던 부분들이 마지막 반전에서 완벽한 퍼즐의 한 조각처럼 다 들어맞았다. 마지막 문장을 읽으며 소름과 분노와 안타까움을 같이 느끼게 하는 작가의 필력에 감탄했고, 그래서 감사했다.
'스릴러는 경고'라는 작가후기를 읽으니 다시 한 번 소설의 인물들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끝을 향해 갈수록 드러나는 실체를 보며 장르소설을 읽을때마다 늘 그렇듯, '인간'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잔인하고 엽기적인 살인을 다룬 소설에 '해결의 카타르시스'가 있다면, [홍학의 자리]에는 진상이 밝혀지며 충격을 주는 '진실의 카타르시스' 가 있다.
길어야 이틀, 결말을 알기까지 달리는데 필요한 시간이다. 진상을 알고싶은 욕구를 누를 인내가 충분하다면 완독에 3일까지는 걸리겠다. 예스24 리뷰를 보니 나처럼 하루만에 읽은 사람들도 많다. 소설적 재미는 더 설명할 필요가 없겠다.
미스테리 소설이라 작품에 대한 모든 설명이 다 스포가 될 것 같아 이 이상의 글을 못 적겠지만 이거는 확실하다. 올해 9월에 읽은 [옛날철공소]와 더불어 올해의 미스테리 top2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