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식 시즌이다. 이미 졸업을 마친 학교들도 많고, 다음 주에 치르는 학교들, 2월에 치르는 학교들도 있다. 내가 사는 지역은 늦어도 1월 초에는 다 졸업식을 치른다. 오늘 작은아들이 초등학교를 졸업했다.
남편, 큰아들과 함께 작은 꽃다발과 담임선생님께 드릴 작은 선물을 들고 학교 강당으로 향했다. 식이 시작되는 시간보다 일찍 가야 식장 안에 자리 잡을 수 있고, 친구들과 함께 있는 아이 사진도 찍을 수 있으며 학교생활영상도 처음부터 볼 수 있다. 20분 전에 도착해 자리를 잡았다. 다행히 아이가 앉은 자리 바로 뒤쪽에 서서 줄업식을 지켜볼 수 있었다. 남편은 한 시간 동안 서 있는걸 못참아서 시청각실로 이동했다. 구두를 신고 꼼짝않고 서서 지켜보는 엄마의 절절한 마음을 남편은 모르겠지. 에미는 자리에 앉은 뒤통수만 봐도 내 새끼인 줄 알아본다. 똑같은 머리들 가운데서 내 아이를 찾아내고 지켜봤다. 졸업가운을 입고 앉은 뒷모습을 보는데도 자꾸 마음이 출렁인다. 정말 저 아이가 얼마나 힘들게 학교를 다녔는지, 얼마나 노력하고 애썼는지 나는 안다. 힘들고 괴로운 순간들을 잘 이겨낸 아들을 생각하니 순간순간 울컥했다. 지난 세월을 다 말할 수 없지만저만큼 키워낸 내가 대견했다. 마음 고생했던 지난 나날이 지나가며 자꾸 마음이 아득해졌다. 나 혼자 주책맞게 울까봐 꾹 참아야했다.
졸업식이 끝나고 함께 맛있는 점심을 먹으려 했는데 아이는 친구와 함께 놀다가 편의점에서 라면을 먹고 들어오겠다고 한다. 가족외식을 기대했던 큰 아들이 실망해서 어깨가 쳐졌다. 조금 쉬었다 먹고싶은 거 먹으러 나가자고 달래주었다. 집에 돌아와 아이 졸업장과 꽃다발을 정리하니 그제야 눈물이 뚝 떨어진다. 벌써부터 중학교가 걱정이지만, 오늘은 그저 하나의 마무리를 지은 아이를 축복하고 함께 한 내 노고를 자화자찬하자. 기뻐하고 즐겨보자. 만족하고 칭찬하자. 고생했다, 아들. 고생했다. 나. 잘했다 아들. 잘했다 나.
오늘, 아들이 졸업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