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피어라 Jan 05. 2024

졸업식 단상

졸업식 시즌이다. 이미 졸업을 마친 학교들도 많고, 다음 주에 치르는 학교들, 2월에 치르는 학교들도 있다. 내가 사는 지역은 늦어도 1월 초에는 다 졸업식을 치른다. 오늘 작은아들이 초등학교를 졸업했다.


남편, 큰아들과 함께 작은 꽃다발과 담임선생님께 드릴 작은 선물을 들고 학교 강당으로 향했다. 식이 시작되는 시간보다 일찍 가야 식장 안에 자리 잡을 수 있고, 친구들과 함께 있는 아이 사진도 찍을 수 있으며 학교생활영상도 처음부터 볼 수 있다. 20분 전에 도착해 자리를 잡았다. 다행히 아이가 앉은 자리 바로 뒤쪽에 서서 줄업식을 지켜볼 수 있었다. 남편은 한 시간 동안 서 있는걸 못참아서 시청각실로 이동했다. 구두를 신고 꼼짝않고 서서 지켜보는 엄마의 절절한 마음을 남편은 모르겠지. 에미는 자리에 앉은 뒤통수만 봐도 내 새끼인 줄 알아본다. 똑같은 머리들 가운데서 내 아이를 찾아내고 지켜봤다. 졸업가운을 입고 앉은 뒷모습을 보는데도 자꾸 마음이 출렁인다. 정말 저 아이가 얼마나 힘들게 학교를 다녔는지, 얼마나 노력하고 애썼는지 나는 안다. 힘들고 괴로운 순간들을 잘 이겨낸 아들을 생각하니 순간순간 울컥했다. 지난 세월을 다 말할 수 없지만저만큼 키워낸 내가 대견했다. 마음 고생했던 지난 나날이 지나가며 자꾸 마음이 아득해졌다. 나 혼자 주책맞게 울까봐 꾹 참아야했다.


졸업식이 끝나고 함께 맛있는 점심을 먹으려 했는데 아이는 친구와 함께 놀다가 편의점에서 라면을 먹고 들어오겠다고 한다. 가족외식을 기대했던 큰 아들이 실망해서 어깨가 쳐졌다. 조금 쉬었다 먹고싶은 거 먹으러 나가자고 달래주었다. 집에 돌아와 아이 졸업장과 꽃다발을 정리하니 그제야 눈물이 뚝 떨어진다. 벌써부터 중학교가 걱정이지만, 오늘은 그저 하나의 마무리를 지은 아이를 축복하고 함께 한 내 노고를 자화자찬하자. 기뻐하고 즐겨보자. 만족하고 칭찬하자. 고생했다, 아들. 고생했다. 나. 잘했다 아들. 잘했다 나.


오늘, 아들이 졸업을 했다.


  


  



작가의 이전글 우리 애가 선생님한테 많이 지적받나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