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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어라 Jan 28. 2024

1월, 누군가의 머릿속

1.


우리집 차가 아프다. 엔진 보링이 어쩌고 저쩌고라는데 그게 무슨 말인지 나는 잘 모르겠다. 내가 알아들 수 있었던 건 유일한 문장은 수리비가 300 정도 나올거다라는 말이었다. 그 돈주고 수리해서 몇 년 더 타느냐, 새로 구입하느냐도 잠깐 고민했는데, 요즘 차 값과 내가 물어야할 할부금을 보고는 진짜로 눈이 두 배는 커졌다. 그냥 살살 달래가면서 잘 도닥여가면서 오래오래 같이 가고 싶다. 돈 없는 주인 마음 좀 알아주면 안되겠니. 새삼 차가 이렇게나 소중했구나 깨달았다.


2. 


네이버 블로그를 오래 이용했다. 거의 초창기, 20대 부터 써오다가 지금은 사용하지 않고 있다. 그래도 가끔 댓글알람이 와서 확인해보면 거의 다 광고나 스팸글이다. 사용하지도 않는 블로그인데 광고글이 달리는 것을 보면 신기하다. 무작위로 프로그램이 단다고 생각하면 디스토피아 SF영화 장면처럼 조금 오싹해진다.

지금은 블로그 대신 브런치에 글을 쓰고 있다. 구독자나 좋아요 수, 조회수는 소박하지만 4년 간 270개가 넘는 글을 올렸다. 아닌 글도 있겠지만 발행까지 했다는 건 적어도 내게는 의미있는 글들이란 뜻이다.

나를 위로하는 글쓰기, 나를 위한 글쓰기라고 하지만 솔직히 많이 읽히고 싶고 좋은 반응도 얻고 싶다. 언제쯤 주제와 재미가 있으면서 문장도 괜찮은 글을 쓸 수 있을까? 정체되어 있는(심지어 줄기도 하는) 구독자수와 늘지 않는 좋아요 숫자가 비루한 내 글의 성적표같아서 조금 기운이 빠진다.

글을 하나 올린 날에 혹시 댓글이 달렸을까, 좋아요가 몇 개나 달렸을까, 몇 명이나 읽었을까 신경쓰며 핸드폰을 자꾸 들여다보게 된다. 숫자 하나 알림 하나에 좋았다 실망했다 하는 모습이 처음 사귀기 시작한 커플 같다.

평범한 중년 교사인 나는 특별한 경험을 한 것도 아니고 독특한 소재가 있는 것도 아니다. 유머가 넘치거나 날카로운 식견이 있는 것도 아니다. 문체나 글감도 새로운 것도 없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 쓰고 있기에는 삶이 퍽퍽하다. 그러니 어쩌겠는가, 그냥 쓰는 수 밖에. 타인과의 비교에 흔들리더라도, 감탄과 질투가 미라를 감싼 붕대처럼 온 몸을 칭칭 감아도, 꼼지락대며 쓰는 수 밖에 없다. 인정을 위한 글쓰기가 아니라 성장을 위한 글쓰기를 하고 싶기 때문이다.


3.


- 야이 똥꼬야


- 똥꼬가뭐야?


- 똥구멍이야


- 왜 똥구멍이야?


- 귀여우니까. 이 담에 너 애인 생기면 똥꼬라고 불러라.


- 싫은데.



이불 속에서 50살과 13살의 대화.


4.


작년 가을에 단편소설을 썼다. 합평을 하거나 누군가의 가르침을 받거나 어떤 피드백을 받고 고치고 싶은 생각이 간절한데, 방법이 없다. 어디를 어떻게 고쳐야하는지 모르면서 완성한 집이다. 나 혼자 오로지 끝만 보고 달려가 완성한 이 집이 사람이 살만한 집인걸까? 부끄럽고 부끄러운데 브런치니까 올려보았다. 일단 끝을 낸 작품을 하나 갖게 되었다는 만족말고 좋은 글로 소통하는 기쁨도 얻고 싶다. 다음은 조금 더 나아졌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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