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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어라 Mar 24. 2024

베란다에도 봄이 온다

봄이다. 누가 뭐래도 봄이다. 길가에 민들레가 피어있고, 노란 산수유 아래 보라 제비꽃이 무리지어 피었다. 목련 꽃망울도 곧 터질듯이 부풀었다. 바깥은 온통 봄 기색이 가득하다. 연둣빛 어여쁜 새생명의 기운을 만끽하는 3월, 베란다에도 봄이 찾아왔다. 


이제 식집사들은 본격적으로 바빠진다. 올라오는 새순 구경에 감탄하다가도 새 흙과 화분을 준비해야하고, 시든 가지를 쳐내고 새로 나는 가지를 잘 묶어주기도 해야하며, 기특하게 봄맞이하는 초록이들 사진도 잔뜩 찍어야하기 때문이다. 아직 심술궂은 꽃샘추위가 있기 때문에 방심해선 안된다. 무조건 문을 활짝 열어둔다고 능사가 아니다. 주는 것도 살짝 조심스럽다. 베란다청소한다며 찬물을 무신경하게 뿌려대지 않게 조심한다. 잎에 내려앉은 먼지도 닦아주고 상태를 확인하다보면 주말 하루가 짧다. 안쪽에 들여놨던 아이들도 바깥바람쐬라고 자리를 바꿔 옮겨주다보면 땀이 송글송글 맺힌다.


만리향 새순 속에는 베란다를 가득채울 향기가 숨어있다. 죽은 것 처럼 가지만 남았던 라일락도 어느새 저렇게 무성해져서 작아도 제법 나무의 형상을 갖추었다. 아스파라거스도 지금은 가시같기만 하고 어여쁘지 않아보여도 여리한 연둣빛을 확실히 빛내고 있어서 곧 풍성해질 날을 기대하게 한다. 다른 아이들도 겨울 한파와 건조를 잘 버티고 봄맞이 하느라 힘을 내고 있다. 이 초록이들이 고맙고 기특해서 설레는 마음을 안고 자꾸 베란다에 나가게 된다.  


오후 햇살이 가득 들어오는 우리집 베란다. 여기도 봄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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