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다. 누가 뭐래도 봄이다. 길가에 민들레가 피어있고, 노란 산수유 아래 보라 제비꽃이 무리지어 피었다. 목련 꽃망울도 곧 터질듯이 부풀었다. 바깥은 온통 봄 기색이 가득하다. 연둣빛 어여쁜 새생명의 기운을 만끽하는 3월, 베란다에도 봄이 찾아왔다.
이제 식집사들은 본격적으로 바빠진다. 올라오는 새순 구경에 감탄하다가도 새 흙과 화분을 준비해야하고, 시든 가지를 쳐내고 새로 나는 가지를 잘 묶어주기도 해야하며, 기특하게 봄맞이하는 초록이들 사진도 잔뜩 찍어야하기 때문이다. 아직 심술궂은 꽃샘추위가 있기 때문에 방심해선 안된다. 무조건 문을 활짝 열어둔다고 능사가 아니다. 물 주는 것도 살짝 조심스럽다. 베란다청소한다며 찬물을 무신경하게 뿌려대지 않게 조심한다. 잎에 내려앉은 먼지도 닦아주고 흙 상태를 확인하다보면 주말 하루가 짧다. 안쪽에 들여놨던 아이들도 바깥바람쐬라고 자리를 바꿔 옮겨주다보면 땀이 송글송글 맺힌다.
만리향 새순 속에는 베란다를 가득채울 향기가 숨어있다. 죽은 것 처럼 가지만 남았던 라일락도 어느새 저렇게 무성해져서 작아도 제법 나무의 형상을 갖추었다. 아스파라거스도 지금은 가시같기만 하고 어여쁘지 않아보여도 여리한 연둣빛을 확실히 빛내고 있어서 곧 풍성해질 날을 기대하게 한다. 다른 아이들도 겨울 한파와 건조를 잘 버티고 봄맞이 하느라 힘을 내고 있다. 이 초록이들이 고맙고 기특해서 설레는 마음을 안고 자꾸 베란다에 나가게 된다.
오후 햇살이 가득 들어오는 우리집 베란다. 여기도 봄이 가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