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하며 남편을 만나 휴일동안 먹을 장을 보러 마트에 가기로 했다. 조수석에 앉아 이런 저런 얘기를 꺼내는데 남편이 자꾸 거울을 보며 얼굴을 이상하게 찡그렸다. 자꾸 혀로 이를 훑고 손가락을 입 안에 넣길래 참다참다 도대체 뭐하는거냐고 물었다.
"뭐하는거야, 지저분하게."
"어, 이에 뭐가 꼈는데 안 빠지네."
말하면서도 자꾸 온 얼굴을 구기며 손톱으로 이를 긁어대는데 도저히 봐줄수가 없었다.
"그만해, 너무 더럽잖아!"
"더럽기는 뽀뽀도 하는 사이에."
남편이 토토로같은 입모양을 하고서는 내게 얼굴을 들이밀었다. 나도 온 얼굴을 찡그리며 '우욱'하고 토하는 시늉을 했다. 그런데도 남편은 멈추지 않고 열심히 작업을 계속했고, 결국 기쁨의 탄성을 질렀다.
"뺐다!"
화려한 혀놀림으로 잇새에 껴있는 이물질을 꺼내는데 성공한 남편. 거기까지만하면 좋았을텐데, 손가락에 희끄무레한 뭔가를 올려놓고서는 굳이 내게 확인시켜줬다.
"아유 고기가 껴서 힘들었네. 이거 봐바."
"야!!!"
남편 쪽으로 고개도 돌리지 않고 마트에 도착해서 장을 보고 돌아왔다. 장을 보며 이 얘기 저 얘기 나누다 보니 아까의 더러움을 잊어버렸는지, 주차하는 남편 옆에서 나직히 중얼거렸다.
"여보, 욕정이 이성을 이기나봐."
어이없는 웃음을 흘리며 남편이 또 무슨 엉뚱한 소리를 하냐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아까는 남편이 너무너무 더럽고 싫었는데, 지금은 또 뽀뽀가 하고 싶네. 이리와바, 뽀뽀 한 번 하자."
"다왔어, 내려."
"욕정이 이성을 이긴다는 제목은 너무 선정적이지? 사랑이 혐오를 이긴다는 어때? 둘 중 뭐가 나?"
"사랑과 혐오사이 정도가 낫지 않아?"
"그것도 괜찮네. 그런 의미로 뽀뽀 한 번 할까? 여보?"
그래서 이 글의 제목은 [사랑과 혐오사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