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부터 한 달에 한 번 열리는 도서관 독서동아리에 참여하고 있다. 7월 첫 모임을 마칠 때, 대부분의 모임들이 그렇듯 카톡 오픈채팅방을 개설했다. 간단한 연락이나 일정 변경 등의 공지 때문이었다. 한 분이 웃으시며, 자신은 카톡을 사용하지 않으니 이 자리에서 공지사항을 파악하고 가겠다고 얘기하셨다.
그때부터 한 달이라는 시간이 훌쩍 흘러 어제가 두 번째 모임이었다. 여차저차 모임을 마치며 다음에 읽을 책을 정하고 있는데, 카톡을 사용하지 않는 회원 분이 '문자로 연락을 달라'며 먼저 일어나셨고, 나는 '잠깐 책만 정하고 가셔요'라고 말씀드렸다. 그 분은 살짝 표정이 굳으시며 다시 자리에 앉으셨고, 속절속결로 다음 책이 정해지자 바로 일어나셨다.
이럴 때 나는 마음이 어려워진다. 카톡을 사용하지 않을 수 있다. 그야말로 자유다. 하지만 전체적인 공지를 하는 사람은 따로 문자를 보내는 일까지, 두 번 일해야 한다. 타인이 나에게 배려하는 것은 당연하고 자신이 타인에게 폐를 끼칠 수도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건가. 자기가 먼저 전화로 문의하겠다고 하면 되는 것 아닌가? 업무로 모인 것이 아니고, 다 같이 좋아서 참여하는 동아리활동인만큼, 누구에게도 부담주지 않고 서로 다같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면 좋겠다. 급식먹을 때 알러지 있는 사람을 위해 따로 반찬을 만드는 것, 파업중이라 불편해진 대중교통을 감내하는 것과는 다른 문제이지 않나.
사실, 이전 근무지에서 같은 상황을 겪었다. 동학년 중에 불필요한 관계를 정리하기 위해 카톡은 물론 일체의 SNS를 사용하지 않는 선생님이 계셨다. 코로나로 인해 학교 상황 변동이 커서 학년부장으로서 동학년 의견을 학교에 전달하는 일이 자주 있었다. 그때마다 카톡방으로 연락하고, 따로 전화와 문자를 통해 그 선생님에게만 연락해서 의견을 수합해야했다. 너의 '신념'을 실천하는 일이니 내가 번거로움을 참고 흔쾌히 개별적인 연락을 감수해야하는 일, 그때는 그렇게 했다. 두 번, 세 번, 연락하는 것도 내가 감당해야는 의무라고 여겼다. 하지만 어딘가 유쾌하지는 않았다.
당시에는 이 마음이 무엇에서 기인한 건지 잘 몰랐는데, 어제 모임을 마치며 불현듯 깨달았다. 내가 야박하고 속이 좁아서, 생각이 부족해서 일 수도 있다. 남의 눈에 가시만 보고 내 눈에 들보는 못보는 사람이어서일수도 있다. 다만, 자신의 철학을 고수하는데 누군가의 노력과 존중, 배려가 따른다는 걸 알아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