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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보다

통영바다가 그리워진 까닭은

by 피어라
화면 캡처 2024-09-09 122057.png

딱 한 번, 남해바다를 보았다. 춥고 차가운 바람이 부는 통영에서.


남해의 바다는 서해의 갯벌이나 동해의 거친 파도와 달랐다. 바다가, 조그만 섬이, 꼭 어린 아가의 얼굴 같았다. 볼록한 뺨, 만지고싶은 턱, 오목하게 솟은 코같이 작고 오종종한 크기의 섬이 바다 위에 흩어져있었다. 아마도 조물주가 찰흙을 또옥똑 뜯어 바다 위에 올려놓았나보다. 이렇게 입체적이고 아기자기하며 귀여운 바다라니! 그 오목조목한 섬들 사이로 파란 바다가 흐르고 작은 배들이 조용히 떠다니고 있었다.


나는 첫 눈에 선하고 부드러운 바다에 흠뻑 빠졌다. 여름의 통영은 어떤 바다로 변하는지 궁금해졌고, 이곳저곳 다양한 바다의 모습을 찾아보고 싶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들린 [전혁림 미술관]에서 노 화가가 그린 통영바다를 만났다. 통영항.


image_readtop_2017_742873_15101938973093803.jpg 매일경제 신문 기사에서 가져왔습니다


멀리보이는 다리, 섬과 섬사이에 작은 건물들, 산마저 파랗게 물들여버린 바다, 그 전경이 한 화면에 소복하게 담겨있다. 아마도 화가는 통영을 한 눈에 담고 싶었나보다. 뒷면도, 옆면도 다 같은 화면에 넣어 하나하나 정성을 다해 그렸다. 단순한 형태, 단순한 색채, 그 안에 담긴 단순하고 순전한 마음은 통영을 향한 한결같은 애정이다. 그가 그려낸 바다는 추앙하게 되는 숭고한 여신이 아니라 내 손잡고 시장 가던 엄마 같은 바다였다.


그래서 이 바다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자꾸만 저 남쪽으로 달려가고싶다. 저 바다 사이 섬그늘에 안겨보고 싶다. 저 푸른 바다를 실컷 느끼고 싶다. 누군가의 애정이 담뿍 담긴 그림을 보고있으면 내게도 그리움이 솟아난다. 내가 통영에 다시 가고 싶어진 까닭은 이 그림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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