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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어라 Oct 31. 2021

개발 중인 신도시에 살면 겪는 일

산을 깎고 논을 엎어 만든 동네에 살고 있습니다. 오늘은 여기 건물이 생기고, 내일은 저기 가게가 문을 여는 곳이지요. 어제까진 보이던 앞산이 한 층 올라간 건물에 가려 오늘은 안 보이기도 해요. 아침 출근길에 지나간 도로를 저녁 퇴근길에 갈 수 없는 날도 있습니다. 네비게이션은 업데이트를 하지 않으면 도로를 따라잡지 못합니다. 그야말로 도시가 하나 만들어지는 모습을 몇 년 째 봐오고 있습니다.  변화무쌍한 매일 덕분에 지루하진 않지만 때론 그 속도가 불안할 때도 있습니다.



 3년 전 처음 이 지역으로 이사하고 얼마 안돼 자전거로 동네 나들이 나갔을 때 작은 아이가 "엄마 여기는 전부 공사만 해."라고 말한 기억이 납니다. 그 정도로 이곳저곳이 '개발'되고 있는 중이라 도시의 인구와 상업시설이 매일 늘어납니다.  엊그제도 집 앞에 새로운 가게가 문을 열었어요. 고소한 기름에 튀겨지는 치킨의 냄새가 참을 수 없게 만들더군요. 시원한 맥주와 치킨의 조합, 원래 아는 맛을 못 참는 법이지요.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사명감을 가지고, 지역주민으로 상생의 도움을 주리라, 생각하며 옛날 통닭을 두 마리나 샀습니다. 아들이 왠 치킨이냐고 묻더군요.

“새로 오픈한 곳 있어서 엄마가 사왔지. 엄마는 동네에 새로 문 연 가게 있으면 꼭 가잖아.”

아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한 마디 합니다.

 “호구네.”

아니, 그렇게 매정하게 생각하지 말고 좋은 의미로 생각해보자고 아들을 설득하자니 왠지 모양새가 안 납니다. 동네 호구가 됐건 아니건 누이 좋고 매부 좋으면 된 거 아니겠습니까. 사장님은 돈 버시고 저는 즐거운 불금을 보내고요.  



. '다이나믹 코리아'라는 문구가 절로 생각나는 변화무쌍한 동네. 낮에는 소음과 생산의 열기가 가득하지만 밤에는 낮의 분주함과 산만함이 가라앉아 고요해지는 동네. 저기 보이는 저 달도 다음 달에는 안 보일지 몰라요. 아파트 옆으로 또 다른 아파트가 또 들어서고 있거든요. 사람들이 살 집이 생기는 건 좋지만, 높이 올라간 아파트에 달이 가려 보이지 않는다면 조금 서운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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