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지만 제대로 하는 곱창전골
사이드 메뉴 개발을 간절히 바라며
집 앞에 소곱창전골집이 하나 있다. 한가지만 제대로 한다고 해서 이름이 한제다. (전체 상호명은 아니니 이정도까지는 써도 되지 않을까) 곱창전골을 주문하면 기다리는 동안 기본 안주로 양은그릇에 도가니탕이 나오는데, 요 도가니를 떠서 간장 살짝 쳐서 먹으면 쫀득하니 맛이 좋다. 한 번 끓여 나오는 곱창전골을 기다리는 동안 소맥 한 두잔은 그냥 먹는다.
전골은 많이, 오래 끓여야 맛이 우러나는 법인데 항상 남편과 둘이 가서 소자 밖에 못 시킨다. 마음은 중자를 시켜서 제대로 먹고 싶지만 그러기엔 양이 너무 많다. 소맥도 곁들이고 마지막엔 볶음밥까지 필수코스로 먹어야하기 때문이다.
갈때마다 아쉬운 것이 온 가족 외식으로 먹고 싶은데 그럴 수 없다는 점이다. 아직 매운 것을 잘 못 먹는데다 곱창의 맛을 모르는 초등학생 어린이와 맵찔이 중딩이 아들이 좀처럼 가려고 하질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아이들이 먹을 메뉴가 없기 때문이다. 정말 한가지만 하는 집이라서 그 흔한 돈까스 하나 없다. 감자탕 집에 가도 아이들 먹을 키즈메뉴로 떡갈비가 있고 해물탕 집엘 가도 돈가스는 있기 마련이며 막국수집에도 아기막국수가 있는데, 정말 고집쟁이 사장님이신건지 곱창전골만 하신다.
물론 백종원도 다양한 메뉴가 나오는 가게는 좋게 평한 적이 없다. 예컨대 칼국수집이라고 되어있는데 돈가스도 팔고 부대찌개도 팔고 육개장도 팔아서야 그 집을 신뢰할 수 있겠는가, 당연히 먹기도 전에 맛집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그 집을 찾지 않을 것이다, 라는 취지의 이야기를 방송에서 얘기했다. (정확한 워딩은 아니다) 장사가 잘 안되어 이 것도 팔고 저것도 팔다보면 주력 메뉴도 소홀해지고 결국 망한다는 말이었다.
하지만 그 맛을 찾는 사람만 오는 가게가 아니라 가족 손님도 편히 찾을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다면 매장 수익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다양한 취향의 고객을 배려해서 사이드 메뉴 하나 쯤은 있으면 좋겠다.
어디 전골만 그런가. 사람 사는 일도 매한가지 아니던가. 한가지만 제대로 하려는 고집도 좋지만 조금 유연해지고 한 발 물러서서 보면 이전에 보지 못한 것까지 볼 수 있다. 내 주장을 끌고 나가되 옆 사람을 배려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어디서든 환영받는다. 주력 메뉴에 사이드 메뉴하나 더해진 걸로 더 많은 사람들이 찾는 맛집이 되는 것처럼 말이다.
쌀쌀하고 입김 나오기 시작하는 초겨울, 보글보글 끓는 전골에 술 한잔 하며 아이들 밥도 먹이면 좋겠는 마음이 들어 적어보았다.
“한 가지만 제대로 하기도 어려운 세상에서 열심히 하시는 사장님. 더불어 아이들 먹을 메뉴 하나도 넣어주시면 지금보다 더 자주 찾는 단골이 되겠습니다. 사장님 퐈이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