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다가오면 여기저기서 한 해를 결산하는 모습들을 만날 수 있다. 크게는 각종 시상식부터 작게는 SNS에 떠도는 소소한 베스트목록 같은 것들. 누군가가 선정한 목록들을 보고 한 해의 모습을 반추해보기도 하고 내가 선택한 목록과 차이를 살펴보며 같은 시간을 다르게 보낸 누군가의 일 년을 확인해보기도 한다.
나 역시 이맘때 쯤이면 일 년을 다양한 방식으로 결산해보곤 한다. 올해의 사건, 올해의 인물, 올해의 장소 같은 것들. 해마다 특별한 추억들에 따라 목록이 바뀌고는 하지만 별다른 일이 없는 한 꼭 꼽아보는 목록이 있다. 바로 ‘올해의 책’이다.
올해도 역시 올 한 해 가장 재밌게 읽었거나 감동깊었던 책을 찾아보려고 책장을 살폈다. 생각보다 많은 책을 읽지 못해 베스트를 뽑는게 어려울까봐 걱정이 되었다. 일단 올해의 책을 생각하자 마자 떠오른 책이 두 권이 있었다. 어느 것을 1위로 정할지 고민이 될 정도로 두 권다 좋았다. 하재영의 <친애하는 나의 집에게>와 김소영의 <어린이라는 세계>다.
올해의 책 1
하재영 <친애하는 나의 집에게>
이미지출처:예스24
올해 가장 기억에 남는 책은 하재영 작가의 <친애하는 나의 집에게>다. 작가가 살아오며 거쳐갔던 여러 집에 관한 기억들과 개인의 서사를 담은 책이다. 집을 소재로 하고 있지만 그 안에 여성의 삶과 사회적인 문제들이 탄탄하고 아름다운 문장으로 담겨 있어 진한 여운을 자아낸다. 읽는 동안 내가 살아온 집들에 관한 기억이 두서없이 떠오르고 작가에게 공감하는 말들이 넘쳐나서 제대로 말이나 글로 정리할 수가 없을 정도였다. 부족한 필력이라 서평은 남기지 못했지만 주저없이 올해 만난 최고의 책으로 꼽으며 지인들에게 선물하고 있다.
올해의 책 2
김소영 <어린이라는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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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눈물 흘리는 책은 많지만, 행동이 바뀌는 책은 많지 않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올해의 베스트로 꼽기에 부족함이 없다. 어린이독서교실을 운영하는 저자가 어린이를 대하는 시선, 어린이를 대하는 마음에 잔잔한 감동을 받아 나 역시 어린이를 지켜주는 어른이 되고 싶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고, 지금껏 어린이들을 대할 때 조금 더 공경하는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제목과 표지 일러스트를 맡은 임진아 작가의 그림도 조화를 이루어 하나의 세계를 만들어 내고 있다. ‘어린이’라는 세계를 존중하는 세계와 ‘어린이라는 세계’라는 책의 세계가 하나기를 바래본다.
그 다음으로 정세랑, 김애란, 권여선, 최은영 등의 국내여성소설가들이 동시에 떠올랐다. 올해의 신작도 있었고, 오래 전 작품도 있었다. 김애란의 <칼자국>이나 권여선의 <비행운>을 올해가 되어서야 읽은 것은 게으른 내 잘못이다. 진작 읽었어야 하는 작품이지만 이 나이에 읽어서 더 짙은 감정을 느끼는 것인지도 모른다. 최근 젊은 작가들의 제일 앞에 서 있는 정세랑 역시 <시선으로부터>에서 빛남을 목격할 수 있었고, 최은영은 신작에서도 발전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내년에는 또 어떤 소설가를 만날 수 있을지 기대하고 있다.
아직 12월이 남았으니 다음으로는 어떤 분야의 베스트를 뽑아볼까. 지인의 강력추천을 받은 박상영의 신작 <1차원이 되고 싶어> 12월 안에 읽는다면 목록이 추가될지도 모르겠다. 우선은 기대하고 있다. 이제 2021년도 한 달 밖에 안 남았지만 남은 시간을 더 풍성하게 마무리 할 수 있도록 재미있게 끈기있게 달려보고 싶다. 그럼, 이제 다음은 어떤 분야를 꼽아볼까. 올해의 음식, 올해의 노래, 올해의 실수, 올해의 만화, 기타 등등은 다음 스파크가 켜질 때 계속 하는 걸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