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일을 축하합니다.

by 피어라

오늘은 동짓날, 팥을 삶아 끓이고 새알심을 빚어넣을 재주는 없어서 애정하는 반찬가게에 팥죽을 두 그릇이나 예약해두었다. 퇴근길에 찾아서 미역국 대신에 훌훌 떠먹을거다. 그렇다, 오늘은 내 생일이다.



지금으로 부터 몇십몇년 전 추운 겨울, 밤이 가장 긴 날을 지나고 부모님의 첫 딸로 세상에 태어났다.(굳이 몇 년전인지는 밝히지 않겠다.) 미리부터 식구들에게 내 생일을 공지했음에도 불구하고 파충류 같은 아들 두 마리는 편지는 커녕 선물도 준비할 생각을 못하고, 곰같은 남편은 저녁에 외식이나 하면 도리를 다 하는 줄 안다. 나도 내 생일을 누가 챙겨주길 바라는 나이도 아니고, 솔직히 이 나이가 되면 축하해줄 친구도 없다. 몇년 전에는 즐겨가는 커뮤니티에 셀프축하글을 올렸다.

‘오늘은 내 생일입니다. 시간 남는 분들, 축하 한 마디 남겨주세요.’

다정한 분들이 달아주신 축하 댓글로 하루종일 댓글 확인하며 싱글벙글했었지. 내 생일, 내가 기념하고 낳아주신 부모님께 효도하며 내 돈으로 알아서 선물을 사고 기분내면 족하다.



어제 남편이 두 아들과 함께 보겠다며 오늘 날짜로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을 예약했다. 저녁에 영화를 보고 저녁까지 먹고 돌아오겠단다. 세상에, 이런 고마운 생일선물이 다 있나. 미역국 끓여주는 것 보다 훨씬 반가운 소식이다. 간만에 누리게 될 황금같은 자유시간이니, 훌륭한 생일선물이 아닐 수 없다. 일부러 나를 위해 일정을 잡은 것은 아니고, 올해까지 쓸 수 있는 영화예매권이 있어 쓴다고 하는거지만 그래도 내겐 만족스런 저녁을 기대하는 이유가 되었다. 저녁을 같이 못 먹어서 어쩌냐고 하지만 그거야말로 내가 바라던 바라고 웃으면서 대꾸해주었다.



2021년의 12월 22일 수요일, 오늘이 내게 기쁜 생일인 것처럼, 매일매일이 누군가에겐 생일이고 또 누군가에겐 이별을 한 날이겠지. 매일매일이 누군가에게는 나름의 의미가 담긴 날일거다. 그리 생각하면 하루도 의미 없는 날, 소중하지 않은 날이 없다. 오늘 하루가 다른 이들에게도 기쁘고 감사한 날이 되기를 기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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