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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안이혜 Sep 06. 2019

1. 다 할 줄 아는데, 잘 하는 건 없어

잡코리아에서 길을 잃은 사람들

직업이 뭐예요?


나는 살면서 이 질문이 가장 어렵다.


직업 (職業)
[명사] 생계를 유지하기 위하여 자신의 적성과 능력에 따라 일정한 기간 동안 계속하여 종사하는 일.


처음 직장에 출근하던 23살 이후 나는 꾸준히 생계유지를 위해 일해 왔다.

컴퓨터를 전공해 인도로 유학까지 다녀왔지만, 객체(JAVA와 같은 프로그래밍 언어들에서 쓰이는 개념 중 하나)의 바다에서 표류하다 이 길은 아니다 싶어 디자인을 배웠다.


그렇게 배운 디자인으로 취직한 첫 직장에서 미친 듯이 상품 누끼(촬영된 상품의 가장자리를 따라 이미지를 잘라내는 작업)만 땄다.

매일 수 백개씩 쌓이는 누끼 작업에 지칠 무렵, 테헤란로에 위치한 웹에이전시로 이직했고 그곳에서 퍼블리셔와 기획자로 종횡무진 일했다.

수도 없이 많은 멋진 프로젝트들에 잇따라 여했다.


그러다 뜬금없이 어린이 출판사의 마케터가 되었다.

그곳에서 만난 상사를 따라 해외 마케팅, 신상품 개발, 콘텐츠 전략 업무 등을 수행하며 다양한 경험을 했고, 둘째 출산으로 인해 경력 단절의 위기를 겪어야 했을 때 동네에서 모집하는 작은도서관 준비위원회로 위촉되면서 마을활동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내 손으로 세운 작은도서관의 2대 관장을 지낸 후 파주시작은도서관협의회 회계와 총무로도 활동하며 내 안에 있던 책에 대한 열정에 불을 붙였다.


그때를 바탕으로 2011년 비로소 교육기획사 레벤운트트라움을 설립하며 나만의 일을 시작하였고, 올해 초부터는 직접 글 쓰는 일을 시작해 공동 저서 《이제 그 해답이 사랑이라면, 나는 이 세상 모든 것들을 사랑하겠네》가 예쁜 붉은 표지와 함께 출간되었고, 《엄마도 여행은 처음이라(가제)》라는 이름의 개인 저서는 계약을 마치고 출간이 예정되어 있다.


한때는 IT단지를 불빛을 밝히는 1인이었다.(출처: news1)

숨 가쁘게 지나 온 나의 직업사.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전공해서, 디자이너와 퍼블리셔로.

다시 기획자, 마케터, 마을활동가를 거쳐 사업가, 작가까지.

도통 공통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나의 이력은 늘 나를 취업 시장에서 서성이게 했다.




잡코리아에는 지원할 수 있는 직군이 없다


디자이너라기엔 포트폴리오라고 내놓을 만한 성과가 없었고, 퍼블리셔로 불리기엔 흐른 시간만큼이나 흐려진 기술력 앞에서 무기력해졌다.

그래도 가장 오랫동안 나의 직업으로 불렸던 기획자마저도 출산기간 동안 등장한 아이폰과 멀티 채널 대응 이슈에 따른 기술 변화를 따라잡을 수 없게 되면서 무색해져 버렸다. 마케터 역시 버티컬(vertical)로 특화되어 있는 직무 구분에서 이렇다 할 프로젝트 경험이 없으니 나의 직업이라 부르기 미안했다. 


포토샵, 일러스트레이터를 다룰 줄 알고, html 소스를 거뜬히 볼 줄 알며, 분야를 막론하고 일을 추진시키는 법을 알고 있다. 프레젠테이션도 별다른 두려움 없이 해내며, 글도 나쁘지 않게 쓴다. 아이디어가 많고 논리적이며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블로그 등의 활동도 활발하다.


하지만, 잡코리아에는 내가 지원할 직무가 없다.
어떻게 된 걸까?



스페셜리스트가 아닌 이들의 고민 (출처: unplash by Islam Hass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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