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m Mar 27. 2024

김밥 맛집 또 있나요?

김밥 일기 

시금치 한 단, 당근 2개를 샀다.

유난히 도톰하고 키 작은 시금치는 초록도 짙었다.

살짝 데쳐 참기름에 버무리는 찰나 흰쌀밥에 바로 먹고 싶도록 유혹스러웠다.

당근은 채 썰어 소금 한 꼬집 넣고 올리브유에 볶아 두었다.

강릉 시장에서 사 온 감태는 여러 장 꺼내 계란말이를 하는데 보탰다.



편안하게 잠이 들었고 고요한 새벽 완전히 해가 뜨기도 전에 김밥을 말았다.

봄소풍 가는 아이가 있는 것도 아니고 아침으로 김밥을 달라고 한 이도 없는데 왜지...

그저 김밥이 먹고 싶었던 게다. 

봉민이 오빠 김밥도 편의점 김밥도 꼬마 김밥도 아닌 집김밥이 먹고 싶어서였다.

한 겨울 먹음직한 포항초만 보면 무조건 김밥이 먼저 생각난다.

까만 흙이 잔뜩 묻은 당근만 보면 잡채보다 김밥이 우선 떠오른다.

싱겁지 않게 밥반찬으로 말아 놓은 계란말이도 있으니 김밥 재료는 그냥 준비되었다.

















햄, 단무지, 맛살, 어묵이 다 갖춰지지 않아도 집에서 싸는 김밥은 그대로의 풍미가 있다.

엄마의 손맛에 따라 전혀 다른 맛을 내지만 집 고유의 집김밥은 쉽게 달라지지 않는다.

보기에는 식재료 복잡하지 않고 간단하게 완성되는 듯 하지만 주부들은 알고 있다. 

다듬고 썰고 데치고 볶아야 겨우 몇 가지 김밥 재료가 만들어진다는 것을.

김밥 한 줄에 밥 한 공기가 전부 들어가는 칼로리 높은 음식이지만 지구 10바퀴를 돌아야 한데도 나는 김밥을 만들어 먹어야겠다.










평소에 당근과 시금치를 썩 좋아하지 않는 나의 두 아들도 이렇게 김밥 속에 넣으면 두 말 않고 손으로 집어 먹을 정도다.

절친이야 늘 한결같이 '저녁에 와서 또 먹을게' 라며 보험까지 들어 놓고 말이다.

학창 시절 소풍에 김밥을 싸간 기억이 없는 나는 유난히 애착을 보이는 것인지 모르겠으나 무엇을 넣든 김밥은 참 맛있다.

얼큰하고 시원한 라면 하나 끓여서 점심 메뉴로 먹는다면, 예쁜 도시락통에 담아 간단한 나들이에 함께 한다면, 공부하는 아이들 야식으로 챙겨준다면, 주말 브런치로 준비한다면.

여기가 바로 김밥 맛집 아닐는지요.



작가의 이전글 스타벅스에 왔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