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이런 일이!

로힝야 사람들

by 천혜경

말레이시아의 한 난민촌에서, 나는 끝내 그 질문을 피하지 못했다.


사람은 무엇으로 자신의 자리를 증명하며 살아가는 걸까,

이름일까, 국적일까, 민족일까.


세상에는 아무리 애써도

어디에도 속할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


세상의 누군가의 자녀로 태어났지만, 때로는 그 가족에게도, 그 민족에도 속할 수 없고

그 땅에 발을 딛고 살고는 있지만, 머물고 싶은 만큼 머물 수 없는 인생은 어찌 살아야 할 것일까?




그곳의 난민촌은 내가 알던 모습과는 조금 달랐다.

텐트가 아닌, 집을 빌려 여러 가족이 함께 사는 구조였다.
방 세 개짜리 집에 가족들의 하루하루가 겹겹이 쌓여 있었다.


아이들이 마음껏 모여 놀 수 있는 운동장은 없었다.

그래서 우리는 어느 집의 양해를 구해 마당에 두꺼운 비닐을 깔았다.
그렇게 하루동안 아이들의 운동장이 되었고, 공부방이 되었으며, 게임을 하고 선물을 나누며
잠시 웃음이 머무는 공간이 되었다.


그날, 큰 아이들이 작은 아이의 손을 잡고 나타났다.
그러더니 어느새 아이들이 약 백 명쯤 모여들었다.

마당은 넓지 않았기에, 사실 그렇게 많은 아이들을 수용할 수 없는 공간이었다.


하지만 들어오지 못한 채 마당 밖에서 서성이는 아이들,
큰 눈에 눈물이 고인 아이들을 보며 어느 누구도 “안 된다”라고 말하지 못했다.

아이들은 서로의 어깨와 무릎에 몸을 붙인 채 따닥따닥 끼여 앉았다.


불편했을 텐데 아무도 불평하지 않았다.

아이들 모두 얼굴에 하얀 분칠을 했다. 더위를 쫓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여자아이들 중에는 해외에서 온 사람들을 만나러 온다고 어른처럼 옷을 차려입고 화장까지 한 아이들도 있었다.


의사 선생님의 예리한 눈은 레이저처럼 아이들의 온몸을 하나하나 살피고 계셨다.
말없이, 그러나 분주하게, 아이들의 상태를 확인하고 필요한 손길을 놓치지 않았다.


로힝야(Rohingya).


그들은 미얀마 서부 라카인주에 살던 무슬림 소수민족이다.

2017년 이후 군부와 민병대의 박해와 학살로 민족 전체가 난민이 되었다.

지금 그들은 여러 나라와 지역에 흩어져 살아간다.


세상에 이런 일이 있다니!



어떻게 한 민족이 송두리째 떠돌아다니는 난민이 될 수 있었단 말인가?

방금 태어난 아기들은 어떤 내일을 살아가게 될까?


생각의 물음표들이 하루 종일 내 머릿속을 휘젓고 다녔다.


그날, 나는 한 살 된 여자아이를 안고 있는 열여섯 살 엄마를 만났다.

아이는 그녀의 나이와 어울리지 않게 너무 익숙한 품으로 파고들어 잠들어 있었다.

어떻게 이렇게 어린 나이에 혼자 이 아이를 낳아 기르고 있을까?

질문은 문장이 되기 전에 목에서 멈췄다.


“아기의 아빠는요?”


그 말 대신, 나는 그녀의 옷을 움켜쥐고 있는 아기의 작은 손을 가만히 만지작 거렸다.

십 대 엄마는 살포시 나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나는 그 미소에 같은 미소로 답했지만,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사실 앞에서 가슴 깊은 곳이 저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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