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탕에서

세월의 때를 밀며...

by 천혜경

긴 시간 오그라 붙은 몸을

태초의 그 모습으로

46도 뜨거운 수증기에

정수리까지 다 잠근다


얼마만 인가!


스멀스멀 뼛속까지 스며드는

뜨거움에 감격해

몸이 울고

내 영혼마저 울어버린다


바람결에

머리채 흔들리던 고뇌들

세월에 묻혀

눌어붙었던 실타래들


한 올 한 올 밀어내

십자가 앞에 벗어놓고

시원한 물 한 바가지로

이별을 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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