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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미숙 Oct 20. 2019

X세대, Z세대에게 브롤 스타즈 배우다.

스몰 토크

"브롤러, 바운티, 스킨, 테이크다운, 만렙, 티밍, 궁극기, 뻘궁, 트로피, 언락, 사기 캐릭터

현질, 양각, 밸붕, HP..."

     

초등학교 5학년과 1학년인 두 아들이 브롤 스타즈를 하며 뱉어낸 단어이다. 나는 이 단어 중 과연 몇 개의 뜻을 이해하고 있을까?

정답은 2개.


'스킨'은 큰 아이가 게임을 하다 새로운 스킨을 얻었다며 보여준 적이 있어 기억을 해 낸 것이고, '현질'은  " 엄마, 현질은 안되지?" 하고 물어보아서 알고 있었다. 현질은 현금을 지르다는 으로 돈으로 아이템등을 사는 것이다. '밸붕'은 밸런스 붕괴일 거라고 대충 짐작은 되지만 게임에서 어떻게 사용되는지는 전혀 감이 오지 않는다.

아이의 설명에 의하면 '스킨은 옷이나 목소리, 공격 모션 등이 바뀌는 것'이다.

밸붕은 팀과의 조합이 안 맞거나 잘하는 사람 못하는 사람의 밸런스가 안 맞는 걸 뜻한다. 한 팀이 상대방의  카운터들로 이루어진 것이라 한다.


아이들이나 게임을 하는 분에게는 지극히 평이하게 느껴지는 용어이고 애써 설명하는 것이 웃길 수도 있겠지만 테트릭스와 버블버블을 주로 했던 X세대  엄마 알아듣기 힘들다. 구닥다리가 되어버린 X세대 엄마는 도통 알아들을 수 없.  엄마는 방언을 하며 게임하는 아이들의 대화가 이해되지 않고, 아들에게 엄마는 대화 상대가 아니다. BTS의 '쩔어'라는 노래 역시 아이가 예를 들어가며 한참 설명해 준 뒤에나 이해한 나로서는 말이다.


"엄마가 브롤 스타즈 한다고? 내가 가르쳐 줄게. 자 , 이거는 조준하는 거고, 어어 이거 돌려. 방향을 바꾸면서 해야지. "

서로 엄마에게 브롤 스타즈를 가르쳐 주지 못해 난리이다. 심지어 둘째는 엄마가 브롤 스타즈 글을 쓴다고 하니 완성이 되면 꼭 한 장 출력해달라고 신신당부까지 다. 아마도 학교에 들고 가서 자랑을 할 모양이다. 나 역시 아이들과 함께 모처럼 싸우지 않고 글쓰기 작업을 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흡족했다.


브롤 스타즈는 도대체 어떤 게임이길래 초딩들이 열광하는 것일까?

브롤 스타즈는 어떤 상황들(모드, 맵)에서 다른 플레이어들을 슈팅하는 게임이다.  29개의 브롤러 캐릭터 중에 하나의 플레이어를 정하는데 플레이어= 브롤러라고 보면 되겠다.

엄마도 브롤 스타즈 좀 해보자 했더니 맵이 어쩌고 쇼다운이 어쩌고 하는데 무슨 말인지를 모르겠다. 일단 새로운 외국어를 배우는 마음가짐으로 전문용어부터 배우기로 했다.

맵이란 플레이어들이 선택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모드이다. 맵에는 아래와 같이 여러 가지가 있다.


-잼 그랩:보석 열 개를 먹고 15초를 버티면 승리하는 게임

-쇼다운:솔로 쇼다운, 듀오 쇼다운 두 가지가 있다.

 솔로 쇼다운은 상대방을 죽여서 최후의 1인을 가리는 것

 듀오 쇼다운은 팀을 짜서 5팀 중에 살아남는 것을 말한다.

-하이스트:아군의 금고를 지키면서 적의 금고를 파괴하는 게임으로 제한시간이 종료되면 금고에 더 많은 피해를 준 팀이 승리한다.

-바운티:상대팀 멤버를 처치하고 별을 모으는 게임이다. 제한시간 안에 더 많은 별을 모으는 팀이 승리한다.

-브롤 볼:상대팀 골대에 볼을 넣어 득점하는 게임이다. 먼저 이 득점을 넣거나 시간이 종료될 때 따지 상대방보다 많이 넣으면 승리한다

-시즈 팩토리: 나사를 먹으며 로봇을 소환해 상대방의 조립 포탑을 부수는 게임이다.          

-테이크다운: 보스에게 다른 브롤러보다 더 큰 피해를 주는 사람이 이긴다.

준 피해량이 클수록 순위가 높아진다.

-론스타:상대를 처치하고 별을 모으는 게임.

상대를 처치할 때마다 자신의 머리 위에 별이 한 개씩 추가되며 최대 7개까지 모을 수 있다. 제한 시간 안에 더 많은 별을 모은 브롤러가 승리한다.


다음은 플레이어인 브롤러다.

브롤러의 특징에 따라 크게 아래로 나뉜다.

희귀 = 로사, 엘 프리모, 포코, 발리

초희귀 = 리코, 페니, 대릴, 칼

영웅 = 프랭크, 비비, 파이퍼, 팸

신화 = 모티스, 진, 타라

전설 = 레온, 스파이크, 크로우, 샌디   

 

다음으로 아이들 입에 자주 오르내리는 용어부터 정리해 봤다.


-HP

이 단어를 보자마자 휴렛패커드를 떠올린 나는 누구인가? HP의 뜻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HP는 Hit Point의 약자다. 게임에서 캐릭터가 적의 공격 또는 환경 데미지를 버텨낼 수 있는 능력을 수치화한 것이라 한다. 체력 또는 피라고 부르기도 하고 HP가 소모되면 캐릭터가 사망한다. HP는 내가 공격을 안 하거나 상대방이 나에게 공격을 안 할 시 4초 뒤에 HP가 초당 HP의 일부를 회복한다.

 "이게 진짜 중요한 거예요. 게임에서 전략적으로 쉬어가며 게임할 수 있어요"

  

-사기

아이들은 "이거 사기지? 사기 캐릭터야."라고 하길래 "거짓말이라는 얘기야?"라고 했다가 바로 무시당했다. 사기 캐릭터란 게임에서 무너뜨릴 정도로 압도적으로 강한 캐릭터이다. 초보부터 고수까지 누가 사용해도 압도적으로 강한 캐릭터이며 줄여서 '사기캐'라고 한다. 브롤 스타즈에는 3명의 사기 캐릭터가 있었다. 바로 로사, 레온, 샌디이다.

"나 레온 있어." 하면 레벨이 높다는 이야기이고 다른 아이들이 "우와~"하고 우러러본다.


 - OP

사기 캐릭터와 거의 비슷한 뜻이다.

"그 캐릭터가 너무 강력하다는 거예요. 즉 게임 안에서 밸런스를 붕괴하는 거예요."

'overpowered', 'broken',

'imbalanced'라고 하는데 'overpowered'는 보통 OP로 줄여 쓰고, imbalanced는 보통 imba라고 한단다.


-스타파워

 9 레벨이 되면 상자에서 얻을 수 있는 스킬 같은 것이다.

 " 레벨 한 개가 더 생기는 거라고 생각하면 돼요. 9 레벨이었는데 스타파워 얻으면 10 레벨이 돼요. "

스타파워는 모든 캐릭터에서 다르다.        

   

레벨 얘기가 나와서인데 만렙부터 찍고 가자면 게임에서 플레이어가 가질 수 있는 최고의 레벨을 말한다.

 "너 어제 만렙 찍었다며? 축하해!"

"만렙 찍으려면 아직 멀었다. "

이런 식으로 쓰인다.


-장인

"장인은 OO의 장인이라고 하면 특정 캐릭터를 특히 잘 쓰거나 하기 어려운 캐릭터도 그 캐릭터의 장인이라면 잘 쓰는 걸 말해요. 사람이 조종하는 걸 잘하는 거고, OP는 누구나 해도 강력한 사기 캐릭터예요. "

영어권의 "pro"에 대응하는 표현이다. 어떠한 특정 게임이나 캐릭터를 극한까지 파고든 이들을 말한다.

  

-궁극기 (ultimate skill)  

글자 그대로 '궁극의 기술'이라는 뜻으로, 줄여서 그냥 궁이라고 부르는 경우도 많다.

워크래프트 3의 'Ultimate skill'을 궁극기라고 칭한 것을 시작으로 궁극기라는 단어가 널리 쓰이게 된 것으로 보인다.        

  



둘째는 형의 트로피 점수를 망칠 수 없어 친선전을 통해 경기를 했다. 친선전이란 AI와 함께 경기를 하는 것이다. 큰 아이가 말하길 "AI가 못하기 때문에 동생이 충분히 이길 수 있어요."

" AI랑 경기를 한다고? "

"네, AI가 진짜 못해서 이길 수는 있는데 얘가 점점 습득해서 좀 더 잘하게 됐을 수도 있어요. "

AI와  견주는 세대라니!!

Z세대는 X세대가 겪었던 세상과는 완전히 다르다.


 Z세대 아들에게 물어보았다

" 어떤 점이 재미있는 거야? "

" 트로피를 올리고 캐릭터를 수집해 나가는 거요."

" 상자 까는 게 재미있어요. 그리고 브롤러들을 얻는 게 좋아요. "               

아이들은 직접 게임을 하는 것뿐만 아니라 유튜브에서 잘하는 사람들이 하는 것을 보며 방법을 터득하기도 한다. 초딩 1학년은 친구들과 함께 놀며 서로 브롤러가 되어 회전하며 티밍하기도 하고, 몸싸움도 벌인다.


게임에 완전히 빠져 있지만 의외로 게임에 대한 객관적인 판단도 하고 있다.

"엄마, 게임의 수명은 6개월이에요. 왜냐하면 6개월이 지나면 대부분 인기 순위에서 1위였던 것도 순위에 들어오지 않아요. 그리고 사람들이 질려해요. 브롤 스타즈 한지 6개월 정도 되긴 했는데 계속 업데이트해주니깐 아직은 재미있어요.

캐릭터, 뉴스타 파워도 업데이트해주고요, 새로운 모드, 캐릭터 리모델링, 특히 캐릭터 리모델링이 제일 재미있어요. 얼굴이 신기하게 바뀌어요. 마음에 안 드는 것도 있지만 캐릭터들이 점점 멋있어져요. 친구들과 함께 할 수 있어서 좋아요"


개선사항도 덧붙인다.  

"제 개인적인 의견인데 버그를 수정해 주었으면 좋겠어요. 특히 친선전 게임에서 스타파워를 바꾸는 버그를요. 게임에 지장은 없지만 브롤 스타즈라는 게임에 버그가 있다는 게 실망이에요."  


내 아이 트로피는 6000점

"현질 없이 노가다로 모은 캐릭터 중에 없는 캐릭터가 레온, 스파이크, 크로우, 타라에요.

제일 많이 쓰는 캐릭터는 콜트예요. 제 캐릭터 중에 20 랭크인 게 3개 있는데 그중에 콜트 트로피가 제일 높아요."      


같이 근무하는 29살 신 주임도 짬짬이 브롤 스타즈를 하는 게임 매니아이다. 같이 일하는 형도 브롤 스타즈를 한다고 얘기해 주었더니  자연스레 형?과 게임을 해보고 싶다 했다. 신주임은 흔쾌히 같이 해주겠다고 했다. 접속 시간이 다른 관계로  약속은 아직 성사되지 못했지만 29살과 12살이 서로 소통할 수 있다생각에, 게임이 꼭 나쁘지만은 않다는 생각도 잠시  들었다.     

 

Z세대는 알파벳의 마지막 글자로 ‘20세기에 태어난 마지막 세대’이다. 보통 1984년 이전에 태어난 사람들을 X세대, 그 이후 태어난 세대는 Y세대, 1990년대 중반 이후 태어난 세대를 Z세대라고 일컫는다. Z세대는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디지털 원주민)’라고 한다. 태어나서부터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은 적이 없다.   

Z세대인 아들은 TV를 켜서 TV를 보지 않고 유튜브를 본다. 검색도 유튜브로 한다. 초등학교 1학년인 둘째 역시 내가 퇴근하고 오면 나를 붙잡고 유튜브를 보여달라 조른다.

 

“엄마도 다른 엄마처럼 같이 게임해 주세요.” “ 누구누구 집은 주말이면 온 가족이 함께 게임한대요.”라는 말에 아직 가슴이 덜컹하며 상황을 빠져나갈 짱구를 굴리는 X세대 엄마이다. 적어도 대화가 가능할 정도는 되자 싶어 게임을 했지만 왼손과 오른손이 따로 논다. 내 브롤러는 도대체 어디로 달려가고 있단 말인가!

 

한창 브롤을 배우는 와중 팝 칼럼니스트 김태훈 님이 한 방송에서 이런 말을 했다.

 "다른 세대의 문화를 이해하려  마세요.

나이 드신 분은 나이 드신 분의 문화대로 사는 게 맞아요. 굳이 젊은 세대의 문화를 이해해야 하나요?"


맞다. 같은 음악, 같은 영화에 열광했던 시대는 없다는 그 말에 공감한다. 같은 게임에 열광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전에는 엄마 따위가 뭘 알까 싶었던 아들이 할로윈 업데이트가 있다, 트로피를 몇 점 올렸다는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예전 같으면 지금 당장 끄라며 윽박지르던 나 역시 게임이 마무리될 때까지 잠시 기다려주는 여유를 가지게 되었다.

솔직히 브롤 스타즈가 재미없다. 하지만 재밌게 게임을  하는 아이들을 이해하게 되었고, 아이들 역시 엄마를 대화 상대로 여기게 된 것이 중요하다. 서로를 이해하려는 한걸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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