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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아 Jul 07. 2020

무례한 사람들

악플과 필화


이정아 수필가

자칭 작가요 문인 이라면서, 남의 글은 인터넷 구매 사이트의 약관 동의 정도로 가벼이 읽는다. 당연히 글에 대해 이해력 부족이다. 그러니 그런이들에 게 행간까지 읽어달라는 주문은 무리일 것이다. 독해력이 있어야 설득력 있는 글을 쓸 텐데, 남의 일이어도 걱정스럽다. 문예창작을 배우고 글을 쓰는 분들이라니 더욱.

미주 중앙일보 7월 6일 자에 나간 내 칼럼의 한 문장 때문에 해프닝이 있었다. 마침 한국의 흑구 수필문학상에 신작이 아닌 기발표 글로 응모하여 당선이 취소된 기사도 읽었고, 이곳 문단도 분별없는 기성문인들이 신문사 신인상 공모에 무질서하게 참여 하기에 계도 차원의 글을 한 꼭지 쓰게 되었다. 이곳 신문사의 신인상 공모에 심사위원으로 오래 참여하였기에 약간의 책임감도 곁들인 쓴소리였다. 듣기 싫은 이들이 물론 있었을 것이다. 한 명이라도 깨우치길 기대했다.

글이 나가고 후련하게 할 말 다했다며 선배님들의 격려 메시지가 여럿 들어와 기분 좋았는데, 엉뚱한 악플을 받았다.

'석박사 학위에 사이버대학 학력까지 나열하거나' 이 문장에서 열 받은 분이 사이버대학을 폄하했다고 댓글로 난장을 쳤다. 페친도 아니고 팔로워 중 하나였는데 차단했다.

그랬더니 어떻게 전화번호는 얻었는지 카톡으로 육두문자에 저질스러운 표현, 거기다 본인이 나온 사이버대학 동문들까지 합세하여 사과하란다. 유치하다.

' 석박사 학위에 사이버 대학 학력까지 나열하거나' -먼저 생긴 교육기관인 일반대학을 쓰고 나중 생긴 교육기관인 사이버대를 뒤에 쓰는 건 글 흐름상 자연스러운 일이다.

문인이 잡지에 기고하는 글 밑에 쓰는 약력엔 학력은 안 쓰는 게 상식인데 기어이 쓰는 사람을 향한 쓴소리 문장이었다. '무엇부터 무엇까지'에 쓰인 보통명사로서의 사이버대학이라는 단어였지, 그 따위 학력이라는 의미가 아니었다. 무슨 자격지심인지 열등감인지.

물론 자기 저서에 기록하거나 이력서를 쓸 땐 사이버 학력뿐 아니라 뭐라도 쓸 수 있다. 세상천지에 많고 많은 사이버대학 중 하필이면 '사이버대학' 그 단어가 자기 학교를 지칭했다 억지를 쓰는데, 그런 발상이 한심하다 못해 측은했다.

그리고 '사이버대학 수료' , 정상적인 보통교육을 이수한 분들에겐 그리 부러울 일이 아니다. 우린 가상의 공간이 아닌 실제의 캠퍼스에서 친구들과 교제하고 교수님과 직접 대면한 시간과 세월, 추억, 그 물리적 공간을 더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본인의 사이버대에 대한 과한 감정을 남에게 강요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하지만 젊을 때 여러 연유로 학습의 기회를 놓쳤던 분들이, 향학열을 펼치는 선한 장소로서의 역할은 백번 인정한다.

한 때 우리는 동방예의지국이라는 자부심으로 살았다. 조금 더 고상하길 기대하는 문인 사회에서도 결례와 무례에 대해 이제 말할 때가 되었다. 어느덧 사회 전반에 수치도 없고 염치도 없음이 만연하였기 때문이다. 등단 햇수로 따지는 문단 선후배 개념도 실종되었다. 이곳의 실정상 고령 등단이 많아 신인도 원로인 줄 착각한다.

그 학교가 어느 학교인지 궁금했는데 이런 카톡으로 미루어 알 수 있었다.

"남의 모교를 인신공격한 사람은 대가를 치러야 합니다. 대통령을 배출한 학교입니다."

헐! 경희대와 경희사이버대는 엄연히 다른데, 촛불 파워에 묻어가고 싶은가 보다. 학교 망신시킨다는 걸 대통령이 알면 오히려 화내지 않을까? 이들의 막장 수준이 알려지면 과연 그 사이버대에 도움이 될 것인지 묻고 싶다. 이번 일로 사이버교육은 인성을 가르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는 걸 새삼 알게 되었다.

당신의 부족한 독해력으로 인해 당신을 증오하게 만들지 마시라.



#경희사이버대학#미디어문예창작#인성교육#독해력#측은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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