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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아 Dec 16. 2020

셀프 생일

셀프 선물


[이 아침에] ‘셀프 생일, 셀프 선물’

[LA중앙일보]
2020/12/16 미주판 21면 기사입력 2020/12/15 18:41

수필가 이정아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진 팬데믹 기간에 성탄 장식을 하는 집이 오히려 늘었다고 한다. 예년에 비해 20% 이상의 매출이 늘어 장식을 해주는 출장 업소는 바빠졌다고 들었다.  크리스마스트리는 수요가 50% 나 증가했다고 한다. 반짝반짝 화려함으로 팬데믹의 우울함을 떨쳐버리기 위함인가 보다. 우리 동네도 젊은 가족들로 세대교체가 되어가면서 언덕 길이 성탄 장식으로 요란스럽다.

두 내외뿐인 우리 집은 크리스마스 장식을 안 한지 오래이다. 포인세티아 화분 하나 사놓으면 그뿐이었는데, 2년 전 제자가 미니 크리스마스트리를 보내서 3년째 그걸로 성탄 장식을 삼는다. 집 밖 치장은 걸기도 걷기도 귀찮아서 물론 안 한다.

트리를 보냈던 제자가 올해는 와인 안주세트를 보내오고, 수필 공부하는 권사님이 달콤한 선물을 보내셨다. 크리스마스 즈음이 내 생일 이어서 겸사겸사의 뜻으로 이른 성탄 선물을 보내오는 것이다.

전엔 남편으로부터 무얼 받아 챙길까를 고심하던 12월이었다. 생일과 성탄을 합친 그럴듯한 걸 얻고자 머리깨나 굴렸는데 지나고 보니 다 부질없다. 한동안 유행하던 일곱 겹 스테인리스 냄비세트는 나이 드니 너무 무거워 쓰지도 못하는 애물단지가 되어버렸고, 많지 않은 액세서리도 유행을 타는지 주렁주렁 달고 다니면 촌스러운 세상이 되었다. 핸드백은 무거워 에코백으로 대체한 지 오래고, 새 신발도 좋은 옷도 집콕 시대엔 무용지물이 되었다. 더 이상 딱히 필요한 것도 꼭 사고 싶은 것도 없는 게 신기하기도  스스로 대견하기도 하다. 예전엔 아프다가도 쇼핑몰에 가면 훨훨 날아다녔다.

드디어 올 12월부터 나라에서 건강도 책임져주는 연세에 도달한 ‘어르신’이 되었다. 누군가는 국가공무원이 되었다고 축하한다고 하더라만, 병치레 많던 내가 지금까지 산 것도 참 감사하다. 이젠 그 비싼 건강보험료의 부담도 덜게 되었으니 나이 먹는 게 그리 나쁜 것도 아닌듯싶다.

올 생일엔 보채지 않고 점잖게 있으니 남편이 생일선물로 뭘 원하냐? 묻는다. 아무것도 필요 없다니 놀란다. 사실을 말하자면 숨어있던 물욕이 발동, 블랙프라이데이 세일에 안사면 손해 보는 것 같아 온라인 쇼핑에 동참하고, 사이버 먼데이에 지름신이 동하여 손가락 운동 좀 했다. 그게 내 생일선물이었다고 이실직고하니 “셀프 생일일세!” 한다.  내가 스스로 태어난 게 아니니 셀프 출생은 아니지만 ‘셀프 선물’을 내가 나에게 주는 셈이다. 연습 없이 태어나 훈련 없이 가는 인생. 두 번은 없다고 하지 않던가? 마음 가는 대로 살 것이다.

케이크도 주문했고 생일 음식도 배달로 할 거라니 잘했다고 한다. 나 편한 대로 내가 나를 위하여 살아도 되는 공식적인 시니어가 되었다.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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