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정아 Aug 31. 2021

대추가 익어가요

가을이 오나봐요

대추 따는 날


대추 따는 첫날 꼭 불러달라며 뇌물을 바리바리 싸오셨던 헬렌 여사의 청을 마음에 두고 있다가, 9월에 따려던 대추를 며칠 당겨 따기로 했다. 숙제가 있으면 마음 한편이 부담되는 탓이다.


따러 오라는 연락을 받고 흥분하여 잠까지 설치셨다는 헬렌 여사는 모자 쓰고 장갑 끼고 들떠서 오셨다. 위쪽에 익은 것이 많아 높은 곳은 남편이 따주고, 손맛을 느끼고 싶으시다는 그분은 나무 아래쪽 열매를 땄다가 땅에 떨어진 걸 주웠다가 어쩔 줄을 모르신다.


새가 쪼은 대추나 청설모가 갉아먹다 버린 열매를 일일이 보며 매우 안타까워하신다.


우리는 아무 감동 없이 바라보는 뒷마당과 대추나무를 저렇게 영접(?)하는 기분으로 맞다니 신기했다. 이 환경이 감사해야 할 일이구나 새삼스러운 생각이 들었다.


일차 수확을 마치고 다음 주에 다시 오시기로 했다. 우리는 구역예배에 쓸 대추를 챙겨 교회 보따리에 넣어두었다.



작가의 이전글 아낌없이 주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