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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아 Mar 16. 2023

참을 수 없는

가벼움


식사량도 일정하고 과식도 거의 안 하는 남편은 늘 내게 잔소리를 한다.

“아무리 좋은 음식도 너무 많이 먹으면 몸에 안 좋다.” 지당한 말씀이다.


하지만 평생 없어지지 않는 식욕을 건강의 척도로 여기며 살아온 내겐 도전적인 말이다. 남자들이 보양강장제 없이도 정력이 넘친다는 자랑 하듯이, 당최 입맛 떨어지는 일이나 밥맛없게 하는 사람이 주변에 없다는 것이 내 자랑이기도 하였다.


음식에 있어선 절대 양보 않고 살던 나도, 나이가 들으니 이젠 식탐도 한 풀 꺾이고 식사량도 줄었다. 뷔페식당에서 여러 차례 오가며 먹어서 주인으로 하여금 원가 걱정하게 만들었던 때도 있었건만, 이젠 내가 본전 걱정을 하게 되었다. 뷔페식당엔 이즘엔 억울해서 안 가게 된다. 나이 먹으니 욕심이 두루두루 줄어드는 게 신기하다. 그 욕심이란 것이 끝 간 데 없이 자라기만 하면 어쩔 것인가.


노욕(老慾)이나 그로 인한 노추(老醜)를 상상하면 정신이 번쩍 든다. 정치에 문외한인 내 눈에 비친, 현대역사의 파행 안에도 늘 노욕이 자리하고 있었음을 본다. 무대에서 내려올 나이가 되어서도, 스포트라이트가 비치지 않는 게 견디기 어렵다면 그런 ‘각광 증후군’의  사람들은 정치인 말고 연예인이 되어야 옳다. (사실 정치인이나 연예인의 구분은 무엇으로 한단 말인가? 개그맨보다도 더 웃긴 정치인을 작금엔 볼 수도 있으니 말이다.)


참을 인(忍)이 턱없이 부족한 나이기에, 줄여야 할 것이 조절하기 어려운 명예욕이 아닌 저절로 줄어들고 있는 식욕이어서 감사하다.


“음식 앞에 절제력을 잃고 혀끝의 탐심에 정복당하면, 뱃속이 혼란해지고 몸이 망가집니다.”이런 말들을 진즉에 들었어야 했다. 아니 많이 들었으나 행하지 않은 것이라고 해야 맞다. 병원 검사 결과가 그런대로 잘 나왔다고 안심하고 혀끝을 따라 살았다. 다음 달 검사가 심히 걱정스럽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여! “


#brownbag#sweetladyjane#lokal#kalin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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