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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아 Dec 01. 2023

Hello December

12월의 독백 

 

오광수(1953-)

 

남은 달력 한 장이

작은 바람에도 팔랑거리는 세월인데

한해를 채웠다는 가슴은 내놓을 게 없습니다

 

욕심을 버리자고 다잡은 마음이었는데

손 하나는 펼치면서 뒤에 감춘 손은

꼭 쥐고 있는 부끄러운 모습입니다. 

 

비우면 채워지는 이치를 이젠 어렴풋이

알련만 한 치 앞도 모르는 숙맥이 되어

또 누굴 원망하며 미워합니다.

 

 

돌려보면 아쉬운 필름만이 허공에 돌고

다시 잡으려 손을 내밀어 봐도

기약의 언질도 받지 못한 채 빈손입니다.

 

 

그러나 그러나 말입니다.

해마다 이맘때쯤 텅 빈 가슴을

또 드러내어도 내년에는 더 나을 것 같은

마음이 드는데 어쩝니까?


—————-


12월은 마지막도 끝도 아닙니다. 올 한 해 겪었던 모든 어려움을 날려 보내고, 아픈 추억과 잘못도 훌훌 털어내 버리는 비움의 시간입니다.


올 한 해 받았던 우정과 사랑의 선물을 다시 기억하고, 그 고마운 마음을 담아 다음 해를 준비하는 채움의 시간입니다.  


영국의 사상가 존 러스킨은


‘인생은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채워지는 것이다. 우리는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가진 무엇으로 채워가는 것이다.’라고 말합니다.


나쁜 기억은 다 비우고, 사랑과 따스함으로 채우는 12월이 되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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