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향한 모두의 좋아요: 인정 중독입니다

에필로그

by yErA

사람의 천성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오죽하면 사람이 변하면 죽을 때가 됐다고 할까.


나라고 예외일 수 없다. 남다른 인정 욕구는 천성이다. 아무리 마음을 다잡는다 한들 나는 어느새 나를 향한 인정 정도에 따라 웃고 울고 있기를 반복하고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자존감의 동력이 사라졌다고 낙심할 수도 있을 테다.


하지만 이제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 세상에 공짜는 없지만 한 개의 정답만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그리고 나에 대해 '좋아요'를 외치는 주체가 분명 '나'여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이제부터는 자유 형식이다. 이전과 달리 주제도, 도구의 제약도 없다. 밑그림부터 채색까지 모두 내가 정하기로 했다. 이제껏 찾지 못했던 나만의 고유한 무늬를 그리고 그 위에 과감하게 색감을 더할 계획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의 시선이 철저히 날 향해야 할 테다.


지층처럼 켜켜이 쌓아온 이전의 시간들을 결코 후회하지는 않는다. 차곡차곡 애써 쌓은 시간들 덕분에 새 출발에 대한 기대를 다시 품을 수 있을뿐더러 분수대의 물이 정점을 향해 치솟는 그 순간을 또다시 꿈꿀 수 있게 될 테니까.


문득 무라카미 하루키를 떠올려본다. 그는 40대가 되기 전에 뭔가 특별한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고, 그러던 가운데 어느 날 어디선가 멀리서 북소리가 들려와 긴 여행을 떠났다고 했다. 그는 나이를 먹는 것은 두렵지 않지만 어느 한 시기에 무언가를 달성하지 않은 채 세월을 보내는 것은 두렵다고 했다.


3년 동안 유럽에서 생활하며 쓴 에세이 ‘먼 북소리’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어느 날 아침 눈을 뜨고 귀를 기울여 들여다보니 어디선가 멀리서 북소리가 들려왔다. 아득히 먼 곳에서, 아득히 먼 시간 속에서 그 북소리는 울려왔다. 아주 가냘프게. 그리고 그 소리를 듣고 있는 동안, 나는 왠지 긴 여행을 떠나야만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1]


결국 그때 그는 ‘상실의 시대’를 완성해 세계적인 작가로 거듭났다.


그리고 그는 그 책을 쓰는 이유에 대해 그냥 써야 할 것만 같아 쓴다고 했다. 뭔가를 써야만 한다는 일종의 강박 같기도 하지만, 쓰는 것 자체가 자신을 자신답게 하는 행위인 것을 잘 알았던 게 아닌가 싶다. 비웃어도 할 수 없다. 그게 어떤 의미인지 나는 조금은 알 것 같다.


하루키처럼 훌쩍 떠날 용기는 아직 없다. 하지만, 적어도 내 가슴이 쿵쿵 거리는 소리는 미세하게나마 듣고 있다. 하루키처럼 40대가 되기 전에 뭔가 특별한 일을 해야겠다는 목표는 이미 가능하지 않게 됐지만, 더 늦기 전에 나를 알아가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시작하기로 한데 의미를 두기로 한다.


나에 대한 일대기를 적는다면 어느 시점이 하이라이트일까 생각해본 적이 있다. 아직 삶이 한창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소 허튼소리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지만 말이다. 하지만 확신한다. 아직 나의 하이라이트는 오지 않았다.


지금이 나의 엑소더스다. 둥둥 거리는 북소리를 들으며 거대한 바다가 갈라지는 그런 기적을 감히 기대해본다.


바깥의 인정을 바라는 고단함 지친 그 누군가가 이 글을 읽는다면 나와 기적의 설렘을 함께 꿈꾸기를 바라본다. 아직 오지 않은 하이라이트를 위해서.


[1] 무라카미 하루키,『먼 북소리』, 문학사상(2021), p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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