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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정 중독입니다

다섯 번째. 다른 서론, 같은 결론

by yErA

글을 쓰고 있다. 그럴듯하게 문장을 만들어내고, 문장에 색깔을 덧입힐 수도, 그리고 남의 생각과 내 생각을 언어라는 도구를 사용해 전달할 수 있게 됐다. 남들은 좀 어렵다 하는 금융시장과 경제정책을 들여다보면서 이에 대한 글을 쓰고 있다.


매일 아침, 조금 더 정확히 말하면 이른 아침마다 위, 아래로 정신없이 뻗은 그래프와 각종 어지러운 숫자들을 보며 밤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차린다. 그러면서 앞으로 벌어질 상황에 대한 전망이라는 것도 한다.


운이 좋았다고 하자. 전문기자가 됐다. 세계 각지에서 벌어지는 크고 작은 일에 대한 기사와 금융정보를 쏟아내는 세계 최고 통신사에서 말이다. 이전에는 초 단위로 거래하는 딜러 입장이었다면 이번에는 기자라는 신분으로 돈이 돌고 도는 어지러운 금융 시장판에 발을 디뎠다.


매 순간 들쑥날쑥 그려지는 그래프가 일상을 채웠다. 마구 쏟아지는 숫자의 의미를 전달하려 애썼고, 순식간에 돌변하는 금융시장의 호흡을 따라다녔다. 인간의 최대 관심사인 돈이 지배하는 화려한 금융시장에서 애초부터 있기는 한지 확신조차 없는 '팩트'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쉽지 않은 이론을 배우고, 전문가의 고견을 여기저기 찾아다니면서 말이다.


다른 기자보다 출발이 한참 뒤처졌지만 운이 좋았던 건지 오히려 그 반대였는지 모르지만 글로벌 통신사에 경력 기자로 기자의 첫 발을 내디뎠다.


달라진 건 없다. 예외 없이 이전의 공식을 그대로 대입하면 된다. ‘모두의 좋아요’를 잠시 한 몸에 받았다. 하지만 이런 우쭐함은 잠시였고 곧장 차가운 현실을 마주해야 한다. 쓸데없는 푸념이지만 애로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신입만이 할 수 있는 실수와 '배 째라 식'의 배짱은 통하지 않았다. 물론 친절함과 혹독함이 적절히 버무려진 사수의 가르침은 없었다. 문득 억울함이 몰려올 적에는 기본기조차 없는 무능한 날 왜 채용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경제와 금융에 대한 이해는 어느 정도 있었지만, 그건 당연한 전제조건이었다. 하지만 기자로서 언어라는 예리한 무기가 없다는 것은 치명적이었다. 당혹감에 허둥지둥할 때면 강하고 매서운 바람이 사방팔방에서 정신없이 들이닥치는 벌판에 혼자 떡하니 서 있는 기분이었다. 어디 몸을 피할 곳조차 없는 허허벌판 말이다.


그래서 지난번처럼 이번에도 백기 투항했냐고? 아니다. 이번에는 그럭저럭 버텨냈다.


세월의 힘에 나의 강한 인정 욕구가 닳고 달아 이전보다 많이 떨어졌냐고? 그랬다면 조금은 덜 힘들었을 텐데 전혀 아니었다. 이전보다 호흡이 다소 길어졌을지언정 인정에 대한 욕심은 나를 오히려 더 몰아세웠다. 태연한 척할 수 있는 능청스러움은 생겼지만, 속마음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그렇게 10년이 흘렀다. 외부 기준점에서 크게 미달한 것 같지는 않다. 내가 믿는 절대 진리가 있다. 시간의 절대적 힘이 바로 그것이다. 어느 정도 여유를 느낄 수 있는 데는 나의 처절한 애씀도 물론 있겠지만, 절대적인 시간의 힘이 크다는 것쯤은 잘 알고 있다.


어찌 됐건 '척하면 척' 할 수 있는 수준은 됐다. 그래서 한결 여유로워졌냐고? 안타깝게도 아니다. 여전히 매 순간 긴장하고 숨이 가쁘다.


어느 날 후배 한 명이 내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선배는 어떤 일이 생겨도 많이 동요하지 않고 무난히 넘기시는 것 같아요. 마음을 잘 다스리시나 봐요.”


나를 몰라도 너무 모른다. 절대 아니다. 후배가 진심으로 그렇게 느꼈다면 내가 매우 가증스러운 거다.


나는 얕은 잠을 자면서 수시로 꿈속에서 난해한 수학 문제를 푼다. 잃어버린 신발 한 짝을 찾느라 진땀을 빼고, 밖으로 나가야 하는 문을 찾기 위해 수십 개 문을 열어보지만 벽으로 꽉 막혀있어 어쩔 줄 모른다. 집채만 한 쓰나미가 덮쳐 화들짝 잠을 깨고는 한다.


다른 시작을 했지만, 같은 결론이다. 문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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