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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 번째. 치료 여정 #3
오늘도 마냥 분주하기 위해 노력한다. 일인 다역을 해야 하는 나이라 그런 게 아닐까 하고 생각해보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딱히 그렇지도 않다. 그냥 나는 나 때문에 늘 바쁘다.
누구 못지않게 일하지 않는 휴일을 손꼽아 기다리지만, 휴일에 온전히 ‘오프’ 스위치를 내려본 적은 거의 없는 듯하다. 어떤 일에 집중하지 않고 가만히 시간을 흘러 보내는 일을 참지 못하고, 성과가 당장 보이는 그런 일을 찾아 헤맨다.
오늘 처리해야 할 일이 없다면 내일 일을 앞서 생각하며 계획을 짜야 직성이 풀리고, 그것마저 없다면 시계열을 조금 더 늘려 다가올 시간에 집중할 뭔가를 찾는다. 그러다 보니 합격, 불합격이 바로 나오는 시험이 매번 적합한 선택이긴 했다.
하여튼 뭐라도 찾아보고, 찾아 배우지 않으면 불안하고 초조하다. 이 정도면 일종의 강박이라도 해도 이상하지 않다.
시간을 허투루 보내지 않는 게 뭐가 문제냐고 할 수 있지만 나는 끝까지 뭔가를 이뤄내는 성취감보다는 나를 바쁘게 몰아세우는데 익숙하고, 그래서 목적 없는 분주함 그 자체를 선호한다. 성실함과 부지런함으로 잘 포장하지만, 바쁨 그 자체를 즐기는 게 분명하다. 이게 무한 반복돼왔던 터라 나만의 콘텐츠가 깊지 않았던 건지도 모르겠다.
어느 날 공원 의자에 잠시 앉아 있었던 나는 한 발치 앞에서 정말 작은 벌레 하나를 발견했다. 벌레라면 질색이지만 다행히 비명을 내지를 만큼 징그럽지도 않았고, 사실 너무 작아 어떻게 생겼는지조차도 잘 파악이 되지 않은 그런 녀석이었다. 대강 그 녀석의 움직임만 알 수 있을 뿐이었다. 나의 시선은 한동안 그 녀석을 좇아 다녔다.
그 녀석은 단 한순간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작은 원을 쉴 새 없이 돌았다. 움직임을 미처 따라가지 못할 만큼 빠른 속도로 그 녀석은 같은 원을 돌고 또 돌았다. 작은 이 미물의 분주함에는 분명 타당한 이유가 있을 테지만, 한 발치 떨어진 관찰자인 내 눈에는 바쁨 이외 특별한 목적을 찾기 어려웠고 그래서 그냥 딱해 보일 뿐이었다.
누군가 날 관찰한다면 이렇게 보일까?
매 순간 종종걸음을 걷지만 의미 있는 움직임처럼 보이지 않는 것은 아닐까?
뭔가 고생스러워야 가치 있다고 믿는 나 자신을 이전처럼 격려하지 않기로 했다. 오늘은 익숙한 바쁨에 날 몰아넣지 않고 할 일 없이 가만히 있어볼 작정이다. '멍 때리기'를 하면서 단순한 분주함에서 벗어나기 위해 애써볼 참이다. 나 자신을 힘들게 몰아붙이면서 대단히 생산적인 일을 하고 있다는 착각에서 벗어나 보려 한다. 그러면서 나의 에너지를 소진하는데 애를 쓰기보다는 채워가는 방법을 알아가려 한다.
과속할 수 있는 고속도로가 좋았다. 목적지에 빨리 도달할 수 있는 그런 고속도로 말이다. 속도의 긴장감이 매번 두려웠지만 말이다.
나와 상관없는 다른 차 뒤꽁무니를 따르다 사고가 날 뻔했다. 그럴듯하게 들리는 이름의 표지판을 목적지로 설정하고 달리다 내가 갈 수 있는 길이 아닌 것을 알게 됐다. 그것을 인정하기 싫어 더욱 속도를 높여보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야 속도를 줄여 출구를 찾아 나왔다. 그러고는 신호를 받아야 하는 번거로움, 좁은 길의 불편함이 있는 국도로 들어섰다. 속도를 조절하고 주위가 살펴지는 이 길이 참 좋아졌다. 아직 내비게이션 상에서 다음 목적지를 설정하지 않았다. 현재 경로를 조금만 더 즐겨볼 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