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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번째. 무모한 도전의 대리만족

by yErA

아무 생각 없이 낄낄거린다. 스토리 전개는 당연하고 다음 어떤 장면이 나올지, 심지어 출연자들의 다음 대사까지 이미 다 꿰뚫고 있지만 별다른 고민 없이 play 버튼을 누르며 킥킥댄다.


나는 주변뿐만 아니라 일정, 생각, 인간관계까지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는 것을 추구한다. 예측불가의 상황을 마주하기 싫어 예측 불가한 요인을 미리 없애려 최선을 다한다. 즉흥적인 것보다는 계획적인 것을 좋아하고, 감정적인 것보다는 이성적인 게 훨씬 편하다.


하지만 이런 내가 잠시 해체될 때가 있다. 어설픈 진지함이 단순함으로, 시끌시끌한 생각이 멍한 상태로, 쓸데없는 근심과 걱정이 단순함으로 수렴될 때가 있다. 복잡한 시선에서 벗어나 그냥 웃기만 하면 될 때가 있다.


'무한도전'

제목부터 쏙 맘에 든다.

'대한민국 평균 이하임을 자처하는 남자들이 매주 새로운 상황 속에서 펼치는 좌충우돌 도전기'

프로그램의 편성 의도는 더 맘에 든다.

각자 개성이 너무 뚜렷한 캐릭터들이 만드는 유쾌한 웃음이 핵심 포인트지만 내겐 그 이상의 힐링 포인트가 있다.


어설프기 짝이 없지만 무턱대고 일단 시작하는 무모함과 그 과정에서 오롯이 전달되는 각자의 고달픔과 애씀을 한 발 떨어져 웃으며 볼 수 있고, 해피엔딩의 기쁨을 함께 공유한다는 것은 어쩌면 과감한 도전 앞에서 매번 머뭇거리는 내게 대리만족을 주는지도 모르겠다.


정해진 대본 없이 진행된다는 리얼리티 예능 안에서 너무나 다른 성향의 소유자들의 성격과 행동, 감정들을 들여다보는 것은 분명 대리만족의 일종이라는 생각이 든다.

불가능할 것 같은 목표를 무작정 도전하는 것을 부러워하며 넋 놓고 웃을 수 있다는 것. 나처럼 겁 많은 사람들이 끝까지 버티다 결국은 꾸역꾸역 무언가를 해낸다는 것. 복잡한 내가 단순해질 수 있는 소중한 순간이라면 너무 확대 해석한 것일까.


오늘도 무한도전을 돌려보며 마치 처음 보는 프로그램을 보는 것처럼 킥킥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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