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가지 감각, 그리고 나

오감

by yErA

푹 잠을 자지 못한다. 어둠 속에서 들리는 자잘한 소리를 쫓으며 그 소리의 정체를 궁금해한다. 예기치 않게 벌어진 오늘의 불편함이나 내일의 긴장 때문인지 밤새 귀를 닫지 못하고 어둠 속에서 전해지는 소리에 귀를 쫑긋 세운다.


낯선 소리에 점점 예민해지면 이를 뭉게 버릴 익숙한 소리를 찾는다. 늘 따라 부르는 멜로디일 수도, 잔잔한 연주곡일 수도, 그렇지 않으면 산만하기 이를 데 없는 예능 프로그램일 수도 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했던가. 아닌 척하지만 칭찬에 몹시 취약하다. 크고 작은 칭찬을 갈구하면서 어설픈 욕심을 자주 부린다. 이전에도 그랬지만 앞으로도 칭찬의 소리를 계속해서 쫓아다닐 기세다.


주위 사람의 말과 마음을 귀 기울여 듣는다. 말을 맛깔나게 잘하지 못해 상대방에게 발언권을 대부분 허락한 결과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조그마한 비난에는 몹시 민감하다. 의미 없는 잡다한 소리에 몹시 예민하게 군다.


주위의 작은 변화를 웬만해선 놓치지 않는 섬세함이 있다. 섬세함에 더해진 관심 한 스푼은 달콤한 관계를 낳기도 한다. 그래서 그런지 남의 시선을 곧잘 의식한다.


단색의 소유자라고 평가한다. 시간과 공간에 맞게 다채로운 색깔을 발산하는 그런 사람들을 부러워하곤 한다. 하지만 시도 때도 없이 변화를 추구하는 대신 단색에 무게감을 더하기로 한다.


냄새가 전하는 그리움을 안다. 독특한 향수, 수영장 소독약, 퀴퀴한 담배 연기, 세탁을 끝낸 옷, 고기 연기 가득한 음식점, 한여름의 더운 열기, 폭우가 쏟아진 이후의 습기, 뼛속까지 싸늘한 겨울밤, 벚꽃이 흩날리는 봄날, 흙먼지 일어나는 운동장, 싸구려 방향제, 애매한 남자 화장품, 엄마의 오래된 화장품, 시간이 멈춘 듯한 외갓집의 밤, 아기 젖 냄새 등…


고유한 냄새 따라 추억을 연상시킬 줄 안다. 눅눅한 지하실에서 나는 곰팡이 냄새를 좋아하는 아들을 도통 이해하지 못하지만 언젠가는 가장 그리워할 냄새가 될 것을 이미 알고 있다.


둔감한 미각을 가지고 있다. 맛난 음식에 열광하는 사람들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 음식을 맛있게 만드는 유전인자를 가지지 못했기에 예기치 않게 방문한 손님들이 제일 난감하다.


하지만 애정 하는 음식은 있다. 그건 바로 김치. 김치를 좋아하는 엄마의 입맛을 그대로 따랐다. 그리고 무엇보다 엄마가 어릴 적 손으로 쭉쭉 찢어주던 그 김치의 맛을 아직 잊지 못한다. 이 사랑의 맛을 넘어설 그 어떤 음식은 앞으로도 없을 듯하다.


여러 사람과 스스럼없이 어울리지 못하고 솔직한 감정 표현에 매우 서툴다. 그래서 애정 어린 스킨십이 때론 어색하다. 하지만 진실한 대화를 나누고 그 안에서 따듯한 공감을 나누는 마음의 스킨십은 가능하다. 그게 감정이든, 인간관계이든 긴 호흡 속에서 끈끈한 스킨십을 발견할 줄 안다.


헤어짐을 생각하면서 슬픔에 잠기지만, 누군가를 잰걸음을 만나러 갈 때의 행복함을 안다.


누군가와 가벼운 포옹은 잘하지 못하지만 그 누군가와는 마음이 느껴지는 진한 포옹은 할 수 있다.


이런 오감을 가지고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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