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데,
육아휴직을 연달아 쓰고 거의 10년 만에 출근을 하게 되었다.
우스갯소리로, 10년 쉬다 재취업할 수 있는 곳은 마트밖에 없다고 아줌마들이랑 너스레를 떨곤 했는데, 이렇게 다시 회사에 출근할 수 있게 되어 황송하기만 하다.
아침에 출근하려는데 왜 이리 할 일이 많은지. 어제 끓여 놓고 나가겠노라 호언장담한 전복죽을 끓이는데 30분, 주방 정리하는데 30분, 집 대충 치우는데 30분, 샤워하고 옷 갈아입는데 30분. 5시 20분에 일어났는데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다리를 붙잡고 자기 옷을 입혀달라고 칭얼대는 막내를 이 방 저 방 끌고 다니며 화장하고 옷을 입는데, 남편의 언성이 높아진다.
"받아쓰기 숙제한 게 이게 뭐야? 다한겨? 글씨체가 이게 뭐야?"
"그거 어제 내가 고치라고 해서 다시 쓴 건데?!"
초등 2학년인 둘째 받아쓰기 시험이 월요일마다 있는데 받아쓰기 연습을 시키던 남편이 폭발한 것이다. 2학년인데도 쌍시옷 같은 받침은 아예 생략하고 소리 나는 대로 쓰는 건 기본이요, 연습 삼아 10 문장을 써보면 1 문장 정도만 제대로 쓰는 수준. 남편의 짜증이 평소와 같지 않게 느껴졌다.
'여태 집에 있으면서 애들 공부도 안 봐주고 뭐 한 거야? 도대체 얼마나 애들을 방치한 거야? 집에 있었으면 애들 공부나 봐줘야 하는 거 아니야?'라고 소리치는 것 같았다.
그러게, 애들 공부 하나 제대로 못 봐주고 난 여태 뭘 한 걸까. 세월은 왜 이리 빠르게 흘러간 걸까. 10년 동안 나는 뭘 이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