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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대표 Sep 27. 2023

매일의 소소한 글쓰기: 23

기각과 열병식

의경을 나온 나는 당세 가장 두려웠던 일 중 하나가 1년에 한 번 받게 되는 훈련이었다. 이름조차 정확히 기억 안나는 이를 위해 수 일간 얼차려를 받으며 훈련을 받는다. 발을 맞추고 방패를 들고, 뛰어 다니다 보면 몸도 마음도 녹초가 되곤 한다. 그 때만큼 온 중대가 초 긴장 상태가 되는데. 


어느 겨울 난로 연통에 (고의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겠지만) 실수로 손을 다쳐 열외를 받았다. 그리고 이후에는 전출을 가며 이런 고민을 하지 않았어도 되었는데. 문득 어제의 국군의 날 행사 모습을 보며 그 날이 떠올랐다. 그렇게 열심히 준비한 훈련의 결과는 누구를 위한 것일까?


어제 역사에 남을 큰 두가지 일이 있었다.


하나는 기각판정, 하나는 국군의 날에 또 열중쉬어를 못한 누군가의 모습.


왜 국군의 날 행사가 26일인가 의아했고, 아이들과 외출하는 길에 차가 막혀 고생하면서도 그냥 행사 욕만 했었는데. 오늘 아침 모 방송의 말처럼... 누군가는 이 두 사실을 한 번에 싣고 싶었나 보다. 한편에서는 감옥에 가는 야당 대표의 모습이, 한 쪽에서는 국군 통수권자의 위엄이 보이길 바랬을지 모르는데. 안타깝게도..아니 당연하게도 상황은 극 반전 되었다.


한 사람은 자신의 구속 위기에서 기각이 되었고, 다른 한 사람은 작년에 한 실수를 똑같이 반복했다. 광화문 한 복판에 비오는 날 아이들이 비를 맞으며 열병식을 했고, AR로 이지스함이 나타나는 웃지못할 상황도 만들었다. 그 장면을 보며 집에서 자신의 권위를 지키기 위해 폭력을 휘두르는 가장의 모습이 다시금 오버랩 되었다. 그리고 자신의 권위를 지키는 일인냥 고등학생, 군인들을 소모품처럼 이용하는 모습같이 느껴져 불편했다.


멋지게 헬기를 타고 내려오는 경찰 청장 앞에서 도열해 행사를 뛰던 그 때. 그는 조금이라도 그 친구들의 힘든 과정을 이해하긴 했을까? 하는 의구심이 문득 드는 아침이다. 열중 쉬어도 못하는 리더는 그저 남들의 고생은 아랑곳 하지 않고 빛나고 싶었을 뿐이었던건 아닐까 ....


1시간 걸릴 길을 2시간 가까이 걸려 갔던 어제가 짜증나 이러는건 절대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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