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식물을 사는 나, 정상인 걸까?

나는 플랜트 호더인가요?

by 조봉구

식물을 키우기 시작하면서 우리 집에는 기하급수적으로

화분이 늘기 시작했다. 좁은 집은 급기야 터져나갈 것 같았다.

식물만 늘어나는 것이 아니었다. 관련용품이 너무나도 많다.

우리 집은 작은 식물원이 되어갔다.


초보식집사는 귀가 얇다. 온갖 지식을 빠르게 흡수한다.

식물을 사면 분갈이를 해줘야 한다. 분갈이를 하려면

화분을 필요하다. 초보자에게는 토분이 좋다고 하네?

토분을 마구 사재 낀다. 분갈이를 하려면 새 흙이 필요하다.

흙을 산다. 흙만 필요한가?

거기에 섞을 각종 재료가 필요하다.

초보자는 늘 물을 많이 줘서 과습으로 식물을 죽이기 때문에

과습 방지를 위한 여러 가지 배합용 흙들을 사야 한다.

피트모스, 산야초, 마사토, 훈탄, 질석 등등 뭐 이렇게 필요한 게

많은지. 멋 모르는 초보주제에 또 장비는 갖추고 싶다.

식물을 하나둘씩 늘리다 보면 병충해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

해충 방지 약제들도 필요하다. 그뿐만 아니다.

환기를 해줘야 한다. 써큘레이터도 필요하다.

남향집이지만 저층이라 햇빛이 부족한 것 같다.

이럴 땐 또 식물등이 아주 좋다네? 식물등도 구입해 본다.


하필이면 내가 식물에 꽂힌 때는 코로나였다.

식물들의 가격이 사악하다. 맙소사!

풀때기 주제에 왜 이렇게도 비싸단 말인가.

일 년 동안 식생활에 쏟아부은 돈이 천만 원이 훌쩍 넘었다.

심지어 그때의 나는 무서워서 5만 원 넘는 식물은 손이 떨려

구입하지도 못했는데 말이다. 죽을 확률이 90프로인데 비싼 건 안돼!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모르게 나의 통장은 텅장이 되어가고 있었다.

미친 게 분명하다. 나는 제정신이 아니었다.

심지어 대부분은 초록별로 떠났기에 나는 식물을 죽이기 위한

경험치를 돈으로 산 기분이었다.


식물을 마구잡이로 사 들이면서 늘 드는 생각이 있었다.

나는 플랜트호더인가?

왜 자꾸 식물을 사는 걸까.

이유는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멈추지 못했다.


05화 루이가 초록별로 떠났다. 플랜트호더가 된 나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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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드닝에 재능이 있어서 식물을 잘 키우면서

하나하나 가꾸는 재미에 화분을 사는 것도 아니고

그저 헛헛한 마음을 채우기 위해, 루이의 빈자리를 메울 수 없어..

그냥 물욕의 세계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느낌이었다.


가지고 싶어서 사는 것인가

이뻐서 사는 것인가

필요해서 사는 것인가

기타 등등등

식물소비패턴에 무한한 의구심이 생성되기 시작했다.

자제해야 되겠다. 더 이상 식물을 사지 말자.

살아남는 아이들을 돌봐야 한다. 마구잡이로 사 재낄 것이 아니다.

분명 아침엔 이렇게 생각하며 나의 소비행태를 반성했지만

저녁에 퇴근해서 택배로 도착한 새로운 식물들을 바라보며

어머어머 이뻐! 역시 사길 잘했어를 외친다.

그렇게 나는 2년여를 자책과 소비를 반복하고 있었다.


매번 나의 식쇼(식물쇼핑)에는 번듯한 이유가 붙어 있었다.

어느 날의 식쇼 이유는

코로나 백신 1차 접종에서 살아남았기 때문이었다.

공황장애+ 불안장애가 심한 나는 백신을 맞기 전부터 온갖 걱정이란 걱정은

다 달고 있었다. 그래서 온라인 장바구니에 사고 싶은 식물을

잔뜩 담아놓고는 혹시나 내가?? 하는 마음에

주문을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첫 백신을 맞고. 아픔의 고통과 두려움의 고통에 며칠을 보내고

주말에 좀 괜찮아지길래 1차 접종 기념으로 냅다 주문했다.

나 이제 살았으니까 식물 쇼핑을 해야겠노라고.


어느 날은 출장을 안전하게 다녀왔단 이유로.

또 다른 날은 기분이 우울하단 이유로.


모든 이벤트에 온갖 이유를 붙여

매번 식물쇼핑에 집착했다.


나의 이야기를 들은 친구가 말했다.

너는 왜 항상 기념할 것이 그렇게 많냐고

너의 물욕에 이유를 가져다 붙이지 말라고

너는 이유에 기대 미친듯한 소비를 하고 있을 뿐이라고.







금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