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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t Jobplanet Aug 10. 2020

내가 왕이 될 상인가?

누가 리더가 될 재목인가 (feat. 얘는 아닙니다)


 영화 '관상' 다들 보셨나요? 2013년 개봉해 거의 천만명에 달하는 관객을 기록한 흥행작인데요. 탄탄한 스토리와 훌륭한 연기 속에 수많은 명장면들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특히나 수양대군이 등장하는 장면은 많은 사람들이 손꼽는 씬입니다. '이보게 관상가 양반, 어찌 내가 왕이 될 상인가?' 하는 대사도 말이죠. 

 

이보게 관상가 양반. 어찌 내가 왕이 될 상인가? [출처=네이버 포토]


 이처럼 미래의 왕이 될 자인지 아닌지 볼 수 있는 최고의 관상가가 우리 회사에도 있다면 어떨까요? 미래 회사를 이끌 주역이 될 감인지 아닌지 척 보면 척 아는 그런 관상가 말입니다. 그가 픽하는 사람들만 모아 팍팍 지원해주고 교육시킨다면 회사의 미래는 더 창창하게 빛나지 않을까요? 그야말로 Low risk High return!

 하지만 현실 속 회사에서 오직 이 '관상'만으로 미래 리더감을 뽑아 특별 관리를 한다고 하면 쉽게 납득할 사람이 있을까요? '저는 턱이 얄쌍해 말년운이 없다고 리더가 될 수 없다네요', '저는 눈썹 모양이 이상해서 안된다고 합니다' 하는 말을 누가 받아들이고 이해하겠어요. 관상이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과학이라고도 하지만, 현실에선 무리일 겁니다. 물론 관상이 아무 역할도 하지 않는다고 단언할 수도 없지만 (몇몇 회사에서는 실제로 관상이 많은 걸 좌우한다고 합니다만) 우리에겐 좀 더 합리적이고 타당한 근거들이 필요합니다. 이 글의 핵심이기도 한 이 근거들은 아래에서 좀 더 다뤄볼게요.


 어쨌거나 그 타당한 근거로 '미래 리더감'이 된 인재들은 다양한 직무를 경험하거나, 리더십 교육을 받거나, 도전적인 과제를 수행하는 등 특별한 관리를 통해 회사의 핵심인재이자 훌륭한 리더로서 자리매김하게 됩니다. 우리는 이들을 보통 '하이포 인재'라고 부르는데요. 상황에 따라 그 정의가 조금씩 다르지만 대체로 하이포란, high potential의 약어로 아직 폭발적인 성과를 가시적으로 도출하진 않았지만 잘 관리한다면 그러한 가능성이 충분히 엿보이는 '잠재적인 역량'을 보유한 인재들을 말합니다. 고성과자(high performer)와 하이포 둘 다 조직 내 뛰어난 인재들인건 맞지만 고성과자의 경우 보통 현재의 업무성과를 기준으로, 하이포는 여기에 다른 능력들을 더 감안하여 미래에 소용될 잠재적인 핵심역량까지 갖춘 사람을 말하구요. 현재 SK, 롯데와 같은 다양한 기업에서도 하이포 프로그램을 통해 이들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많이 아시는 애플의 팀 쿡도 IBM에 입사하고 2년 만에 하이포 인재로 평가받았는데요. 성과와 책임감, 리더로서의 잠재력 등을 평가해 순위를 매긴 이른바 하이포 리스트에서 당당히 1위를 차지했다고 합니다.



 참고로 모든 사람들이 이런 하이포 인재 관리에 찬성하는 것은 아닙니다. 일각에서는 모든 직원이 각자만의 재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동등한 성장 기회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는데요. '선택된 소수'에게만 불균형적인 투자를 하는 건 많은 사람들의 잠재력을 간과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겁니다.
 또한 하이포 인재를 선발하는 과정과 결과가 철저히 비밀리에 진행되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선발되지 못한 나머지 직원의 사기를 꺾을 수도 있기 때문이죠.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현 애플 CEO. 팀 쿡





하이포가 하이포가 아니다?

 직무 역량이 뛰어나고 주체적으로 업무를 수행한다, 학습에 대한 열의가 가득하다 등 지금까지 하이포 인재들에 대한 많은 연구가 이루어져 왔습니다. 조직마다 하이포 인재를 보는 기준은 다르겠지만 보통은 각 조직의 상위 5%에 속해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한 연구에 따르면 하이포 프로그램에 속해있는 '하이포' 중 40% 이상이 실제론 잠재력을 갖춘 유능한 리더감이 아닐 수도 있다는데요. 연구진이 세 개의 조직에서 각각 하이포 인재로 규정된 1,964명의 리스트를 확보하고 이들과 함께 일한 상사, 동료, 부하직원 등으로부터 받은 피드백을 통해 각자의 리더십을 살펴봤더니 12%는 그들 조직의 하위 25%에 속해있었다고 합니다. 42%는 평균 이하였구요. 이들이 원래 속해있어야 할 5%와는 거리가 멀죠?

 그렇다면 이 하이포 아닌 하이포들은 어떻게 하이포로 뽑힌 걸까요? 연구진들은 이들이 지닌 네 가지 특징이 있다고 말합니다. 즉, 보통의 회사들이 아래와 같은 특징을 가진 직원들을 흔히 하이포라고 보기 때문에 하이포 아닌 하이포가 생기는 결과가 발생한 거라고 하는데요. 함께 보시죠!



이런 사람들이 반드시 하이포는 아니랍니다. 

(feat. 회사가 찐 하이포를 제대로 알아보지 못하는 이유)


특징 1. 전문성을 갖춘 사람 

 최고의 엔지니어, 화학자, 프로그래머, 회계사 등등... 특별한 이슈 없이 승진길만 걸을 것 같은 사람들입니다. 한 분야의 전문가라고 하면 뭔가 한번 더 쳐다보게 되고 대단해 보이는 것처럼 '전문성'을 가지고 있다는 건 그 사람을 더 가치 있게 만들어주는데요. 이런 전문성이 회사에게 중요한 것도 사실입니다만 현재 한 분야의 전문가라고 해서 그들이 앞으로 유능한 리더십을 발휘하며 장차 회사를 이끌 수 있다고 보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겁니다. 직무역량과 리더십은 별개니까요. 자기 직무에서 성과를 잘 내고 있더라도 다른 부족한 것들이 있다면 더 발전시켜야 하는 건 당연한 얘기겠죠.


특징 2. 주도적으로 성과를 내는 사람

 경영진 입장에선 항상 의욕적으로 움직이면서 성과도 잘 내고 있는 직원이라면 그 사람의 리더십이 살짝 부족하더라도 이쁘게 보일 수밖에 없을 겁니다. 85,000여 명의 관리자들에게 그들의 부하 직원이 성공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뭔지를 물었더니 1위가 '성과에 대한 노력'이었다고 합니다. 물론 성과는 정말 중요하죠. 하지만 성과를 잘 내고 있다고 해서 그 사람들이 반드시 리더가 되어야 하는 건 아닙니다. 리더로서의 매니징 업무 대신 자기 직무에 대한 전문성을 강화해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는 사람들도 있으니까요. 원문에서는 이를 개인 공헌자(Individual Contributor)라고 말하는데요. 전문성이나 기술 숙련도에 따라 진급은 하되 높은 직급이 되어도 리더는 맡지 않는 사람들을 말합니다.


특징 3. 한결같이 할 일을 다 하는 사람

 말로만 네네 하는 게 아니라 본인이 해야 할 일, 하겠다고 약속한 일들은 문제없이 다 끝내는 사람들. 안좋아할래야 안좋아할 수가 없죠. 이미 그들에 대한 신뢰가 치솟고 있는 상황에서 리더십이 조금 부족해 보인다 한들 그게 뭐 대수일까요. 어찌 되었든 할 일은 다 끝내는 사람이잖아요. 이런 신뢰를 바탕으로 이들이 계속 승진하다 보면 당연히 그들이 맡을 업무 수준과 양도 계속해서 늘어날 텐데요. 문제는 이들도 신은 아니니 점점 그 업무량에 압도되기 시작한다는 겁니다. 더군다나 연구에 따르면 리더십이 부족한 사람은 자기 부하에게 일을 맡기고 관여시킬 정도로 그들을 믿지 않는다고 하는데요. 할 일은 아~주 많고 다른 사람은 못 미덥고... 결국 일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릴 수밖에요.


특징 4. 조직문화와 찰떡인 사람

 조직의 핵심가치대로 행동하는 사람들, 그 가치의 의인화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사람들은 아무래도 다른 사람들보다 더 눈에 띌 텐데요. 일례로 친절함을 중요시하는 한 조직에선 타인에 대한 배려와 관심을 보인 직원들이, 진취성을 중시하는 조직에선 새로운 프로젝트에 자원하는 사람들이 종종 하이포로 평가받았다고 합니다. 리더십이 부족하거나 심지어 직무적으로 유능하지 않더라도 말이죠.



 연구자들은 위와 같은 특징을 가지고 현재 성과를 잘 내고 있는 직원들을 무조건 하이포라 평가하는 오류를 범하지 말고 대신 전략적인 비전 다른 사람들을 동기부여시킬 수 있는 능력 갖춘 사람 보라고 합니다.

이건 하이포로 잘못 평가된 사람들이 특히나 부족했던 두 가지라고 하는데요. 하이포를 선정할 때, 이 역량을 갖춘 시그널을 내뿜는 사람들을 더 주의 깊게 살펴보는 건 어떨까요?



누가 하이포일까



 잠재적인 능력이 부족할지라도 현재 좋은 성과를 보이고 있다면 조직은 이들을 놓치고 싶지 않을 테고, 더 좋은 대우와 관리를 해주려는 생각에 이들을 하이포로 규정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진짜 하이포들을 놓치면서 말입니다. 이건 하이포라고 '잘못' 평가된 이들에게도 좋지 않은 일인데요. 실제로 자신에게 맞는 일이 어떤 건지, 어떤 점이 부족한 지 깨닫지 못하고 이상적인 커리어를 밟고 있다고 착각할 수도 있으니까요. 결국 이들이 나중에 리더의 자리에 오르게 되면, 성과를 잘 내고 있던 직원을 잃을뿐더러 완벽하지 못한 이들을 상사로 두고 있는 그 아래 직원들의 의지를 꺾고 퇴사를 부추기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부정적이고 절망적인 마무리로 끝날 순 없죠. 만약 이런 하이포 아닌 하이포들이 실제로 승진해서 고위 임원급 리더가 되길 원한다면, 지금부터 그 부족한 역량을 키우면 됩니다. 대부분이 자신의 부족함을 몰라서 문제이지, 부족함을 아는 사람들은 노력하면 되니까요. 

 회사 내 인재를 관리할 때, 현재 성과를 잘 내고 있는 직원과 잠재성을 갖추고 있는 직원들을 구분하고(둘 다 갖추면 best지만) 그에 맞는 관리가 필요할 것이라 생각이 됩니다. 회사와 직원이 서로 윈윈 할 수 있는 길인 만큼요.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번엔 더 유용하고 흥미로운 아티클과 함께 찾아올게요~!



[참고 자료]

- Jack Zenger 外, Companies Are Bad at Identifying High-Potential Employees 

  (https://hbr.org/2017/02/companies-are-bad-at-identifying-high-potential-employees)

- Douglas A. Ready 外, Are You a High Potential? 

  (https://hbr.org/2010/06/are-you-a-high-potential)

ValuseHR 용어 사전

- 중앙인사위원회, HRD 용어사전

- 린더 카니, 팀 쿡: 애플의 새로운 미래를 설계하는 조용한 천재

- 박창용, 아이디어 창출과 관리의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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