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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나무숲 Feb 09. 2023

만만한 직원에게만 화풀이하는 리더

강약약강.


 비겁한 특징을 갖고 있는 사람과 같이 일하고 있다.




사실 이런 사람들은 많다.

책임을 지기 위해 그 자리에 있는 것인데도 불구하고

책임은 아랫 직원들에게 떠넘기고 나몰라라 하는 그런 사람들.


건너건너, 말로만 들었던 사람과 같이 일하고 있다.




이 사람은 겁이 많다.

그래서 혼날 것 같은 일은 모조리 미룬다.

그렇다고 안 혼날 것도 아닌데.

미뤄서 더 혼날텐데 말이다.


규모가 큰 조직일 수록 업무에 의견을 더하는 결정권자가 많다.

그래서 다단계 보고가 이루어진다.

다단계 보고를 하면서 느낀 점은,

결정권자의 의견들이 어느정도 비슷해야 기안자, 그러니까 실무자가 일하기가 편하다.

의견이 천차만별 다르면 보고서만 고치다가 시간이 다 갈테니까.


그런데 이 사람과 윗 사람의 의견이 매우 다르다.

윗 사람은 이 사람을 그 자리에 추천한 사람인데도 불구하고 이 사람을 매우 싫어한다.

그래서 이 사람이 손 댄 것처럼 '보이는' 부분은 신랄하게 비판한다.

그러면 이 사람은 움츠러들고, 그 후에 윗 사람이 혼낼까봐 끙끙대느라 고민을 하다가 결국 또 일을 미룬다.


어느 날이었다.

한 직원은 이 사람과 윗 사람에게 보고를 하러 갔다.

보고 전에 이 사람은 납득할 수 없는 방향으로 직원에게 보고 수정을 지시했다.

윗 사람은 보고서를 보자마자 이 사람이 수정하라고 한 부분들을 귀신 같이 찾아냈다.


"이 부분, 누가 썼냐?"


수정을 지시한 그 사람은 꿀 먹은 벙어리처럼 아무 말이 없었다.

결국 직원은 자기가 썼다고 했다.

윗 사람은 아직도 보고서 쓰는 수준이 학생 같다며 한 소리를 했다.


결국엔 수정을 지시한 그 사람의 수준은 학생 수준 되었다.


또 어느 날이었다.


한 직원이 옆 부서와 같이 추진하고 있었던 게 있었다.

진행하면서 옆 부서에게 받기로 한 게 있었다.

그런데 인도하기로 한 날짜가 되어도 옆 부서는 전달하지 않았다.

이 직원은 옆 부서 담당자에게 문의했다.


"거기 팀장님이 중단하라고 하셨다던데요?"


이 직원은 바로 달려가 일의 자초지종을 물었다.

추진을 중단하라고 했던 사람은 기억을 못하고 있었다.

직원이 요목조목 따져 묻자, 이 사람은 옆 부서에게로 갔다.

거기서 하는 말은 같았다. 직원이 하는 말과.


하지만 이 사람은 기억이 나지 않았다.

기억이 안 나는 상황이 분한 건지, 직원이 자기에게 와서 따진게 분한 건지.


이 사람은 직원을 불렀다.


"왜 너는 히스토리 파악도 안하고 옆 부서에 따지냐?"


직원은 어이가 없었다. 히스토리를 모르는 건 그 사람이었다.


"그리고 너는 왜 나한테 안 물어보고 옆부서에 바로 물어보냐?"


옆 부서와 업무를 추진하고 있었기 때문에 물어본 거였다.


"너는 혼나야 된다."


이런저런 이유 때문에 이 직원이 혼나야한다고 했다.

같이 업무 추진하고 있었던 옆 부서에 논의된 사항을 물어봤고, 이 사람 때문에 그게 엎어졌다.

이 사람은 업무 추진자인 직원에게 일언반구의 말도 없었으며, 이 사실조차 잊고 있었다.


굳이 혼내야 한다면 혼나야 할 사람은 누구일까?


가만히 말을 듣고 있던 직원은 이상한 곳에 화풀이하지 말라고 외치며 자리로 돌아왔다.

이 사람은 할 말이 없었는지 별다른 행동을 하지 않았다. 직원 말이 맞았기 때문이다.


기억상실증인가.. 허언증인가.. 꿀먹은 벙어리인가.. 제 손으로 사직서를 내줬으면 하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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