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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취업학개론 Oct 17. 2020

대기업에 가고 싶습니다

2005년, 부산에 위치한 부경대학교 식품공학과에 입학하였다. 아직 까지도 서울 및 수도권 지역에서는 인지도가 거의 없다시피 하나 부산 경남권에서는 나름 착실히 공부하는 학생들이 입학하는 학교로 인식되고 있다. 부산대학교 경북대학교에 떨어진 학생들이 입학하는 학교로 불리기도 하는 것 같다. 본인과 마찬가지로 반에서 5등 정도 하는 지극히 평범한 성적의 학생들이 모인 곳이라 그런지 입학했을 때 동기들을 보면 다들 무난한 캐릭터였던 것 같다. 


당시,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 연구가 화재가 되면서 의대, 약대는 말할 것도 없고 생명공학과가 미래 유망학과로 떠올랐었다. 이와 더불어 나노 소재 연구가 큰 이슈가 되면서 신소재공학과와 같은 학과들의 수능 커트라인이 과거보다 상당히 올라, 이른바 전. 화. 기(전자 공학과, 화학 공학과, 기계 공학과)에 버금가는 수준이었고 학교에 따라서는 이들을 앞지르는 경우도 있었다. 물론, 본인은 이러한 사회적 배경과는 무관하게 수능 점수와 부모님의 권유로 학교와 전공을 선택했었다.


대학교 1년을 허송세월 보내고 군대로 입대하였다. 1, 2학기 모두 평점 1점대의 말도 안 되는 성적을 뒤로하고 말이다. 소위 sky, 인 서울의 유명한 학교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는지, 대학교 1학년은 그냥 노는 거야~라는 주변 선배들의 영향이었는지, 이유는 모르겠지만 막상 대학에 와보니 조금이나마 있던 공부에 대한 흥미가 뚝 떨어졌다. 결석은 잦아졌고 가끔이나마 수업에 들어가면 딴짓을 하곤 했다. 


전역을 하고 복학하니 자연스레 예비역 선배들과 어울리게 되었다. 공대생들은 공감하겠지만 전역을 하고 나면 전공 교수님들의 연구실 선배들이 실험실 원 리쿠르팅(?)이 시작된다. 본인 역시 연구실 생활을 해야 나중에 취직도 잘된다는 선배들의 꼬임(?)에 넘어가 전역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다시금 내무반과 비슷한 연구실 생활을 시작했다. 수직적이고 딱딱한 분위기가 성격상 맞지도 않았고, 연구실 선배들을 봤을 때 딱히 취업이 잘 될 것 같지도 않다는 생각이 드는데 채 1년이 걸리지 않았다. 마치, 회사 부장님을 보면 내 미래가 딱히 밝아 보이지 않는 느낌이 드는 것과 같은 기분이랄까? 


2학기 중반 무렵, 연구실을 나오며 진로에 대한 고민을 다시금 시작하였고, 이때부터 졸업 때까지 매일 아침 8시 영어 회화 스터디, 경제 동아리, 호주 교환학생, 마케팅 공모전 등 다양한 대외 활동들을 시작하면서 새로운 대학생활이 펼쳐졌다. 학과를 벗어나 교내 외 대외 활동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어문계열, 상경계열 친구들과 어울리게 되었다. 당시 상대적으로 취업이 수월(?)했던 공대 선후배들과는 다르게 상경계열 학생들은 취업에 대한 고민이나 스트레스가 커 보였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도 다방면으로 하는 듯 보였다. 


그렇게 상경계열 학생의 탈을 쓴 공대생으로 2학년 2학기를 보내며 취업에 대한 목표를 하나씩 가지게 되었다. 첫 취업에 대한 목표는 맥킨지(Mckinsey), BCG(Boston Consulting Group), 액센츄어(Accenture)와 같은 컨설팅 회사, 3M, P&G와 같은 소비재 회사와 같은 외국계 회사를 비롯해서 삼성, 신세계, CJ와 같은 국내 유명 대기업들도 물론 포함되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몇 외국계 회사들은 말도 안 되는 목표였다고 도 생각되지만 말도 안 되게 목표를 높게 잡았던 덕분에 외국계 회사의 IT, 해외영업 등의 면접을 거치며 대기업 취업으로 가는 길에 가까워질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지방 국립 대학교 식품공학 전공이라는 단점을 극복하면서 말이다. 


외국계, 국내 대기업의 마케팅, 해외 영업 직무에 입사하기 위해서 지방대학교, 식품공학 전공 학생은 뭘 어떻게 준비해야 하지? 에 대한 고민이 취업 준비의 첫 시작이었고, 아직까지도 몇 후배들은 본인을 영문학과나 경영학과 출신이라고 착각하는 이들이 있는 걸 보면 나름의 취업 전략은 잘 먹혔지 않나 싶다. 


무엇보다 10여 년 전의 고민이 지금 이 글을 쓰게 할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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