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소서 이야기 -
앞에서 말했듯이 저자가 취업을 하던 10여 년과 비교하여 안타깝게도 자기소개서에 단골로 나오는 소재 중 하나가 가족 소개, 형제 관계 소개라 하였다. 글을 설득할 상대가 누군 인지, 왜 자기소개서를 쓰는지 두 가지 이유를 다시 한번 떠올린다면 지금쯤은 조금 더 나아진 자기소개서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적어도, 자신을 소개하는 질문, 강점과 단점을 묻는 질문, 학창 시절 열심히 임했던 일들과 같은 과거를 반추하여 현재를 묻는 질문에 있어서 만큼은 더 나은 글이 되어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는 데 있어서 두 번째 관문은 회사, 혹은 직무와 관련된 질문들이다.
‘왜 우리 회사에 지원하였는지?’, ‘왜 이 직무에 지원하였는지?’, ‘왜 당신이 이 직무에 적합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지?’와 같은 질문을 마주하게 되면 다시 한번 막연함에 휩싸인다. 자소설이 아닌 자기소개서로 만들기 위해 지금까지 어렵사리 글을 써내려 왔는데 다시금 자소설로 빠질 위기에 처한 것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현직자를 찾아서’에서 얘기한 것처럼 실제 현업에 있는 사람들을 통해서 최대한 간접적으로나마 해당 직무는 어떤 일들을 하는지 상세히 들어야만 하는 것이다. 물론 쉽지 않다. 하지만, 쉽지 않기 때문에 현업에 근무 중인 사람을 많이 만나서 귀동냥을 하는 것은 다른 지원자들의 자기소개서와 분명한 차이점을 만들어 줄 것이다.
예를 들어, 영업이나 마케팅 직무 지원자들의 직무 관련 질문 중에서 아주 단골로 나오는 답변 중 하나가 친화력과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좋다는 점이다. 체감상 10명 중 7명은 항상 친화력과 커뮤니케이션이 좋다 라는 내용을 자기소개서 직무 관련 답변에 작성하는 것 같다. 때문에 요즘은 자기소개서에서 커뮤니케이션의 ‘커’ 자만 봐도 그다음 내용은 넘기는 것 같다. 이유는 안 봐도 뻔한 내용이기 때문이다.
지원자들이 말하는 친화력과 커뮤니케이션이 도움되는 영업 관련 직무가 있다. 문제는 본인이 지원하는 업종과 영업 관리 직무에서는 그렇게까지 강조할 만한 강점은 아니라는 것이다. 가령, 저자가 담당하는 화장품 회사 해외 영업의 경우(소비재 산업 해외영업의 경우), 친화력과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지원자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중요한 요소가 아니다. 이유는 바이어와 친분을 쌓았다고 해서 우리 회사 제품을 더 구매해 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본인이 사업을 한다고 가정 하자. 본인 휴대폰에 있는 몇 명의 지인이 물건을 구매해주겠는가? 일부는 한 번쯤은 구매해 주겠지만, 재 구매를 해주겠는가? 실제 지인들에게 친분을 가지고 판매하는 것도 어려운 일인데 하물며, 바다 건너 있는 바이어와 어떻게 친해질 것이며, 친화력의 어떤 요소가 회사 제품을 팔 수 있게 하겠는가?
때문에 ‘본인의 성격상 장단점’이나, ‘왜 이 직무를 선택했는지’와 같은 직무 관련 질문에 대한 답을 쓰기 위해서는 해당 직무가 실제로 어떤 일을 어떻게 하는지를 알아야만 한다. 적어도 간접적으로라도 지원하는 직무와 가까워 지기 위해서는 반드시 학창 시절에 먼저 입사한 선배나 직무 관련 모임을 통해서 귀동냥을 해야만 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중화요리 전문점 셰프 모집 공고 글에 지원하면서 본인은 N사의 짜파게티를 잘 끓인다고 자기 소개하는 불상사가 생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