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면접 이야기 -
지금까지 자기소개서에 관한 생각들을 공유하였다. 지금부터는 그동안 채용 담당자로써 면접을 진행하면서 보아왔던 지원자들의 태도와 답변들을 통해 느끼고 아쉬웠던 점들을 함께 얘기해 보도록 하겠다. 앞서 말했듯 채용 지원을 위해 자신을 서면으로 표현한 것이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라면, 이 내용을 말로 표현하면 면접이 되는 것이라서 크게 다르진 않다고 본다.
때문에 애초에 대학생활 시작부터 희망하는 회사는 어떤 곳인지, 원하는 직무는 어떤 일을 하는지 학습하고 이를 준비하는 시간을 충분히 가져야만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글로 표현하는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는 자소설로 전락하게 되고, 면접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 속에서 언제부터 함정에 빠져드는지도 모른 채 말을 지어내며 방어하기 급급한 꼴이 된다.
화장품 회사 해외 영업 & 마케팅 직군 면접을 진행할 때 가장 처음 묻는 질문은 왜 ‘화장품 회사에 왜 지원했는가?’이다. 저자 역시 졸업반 시절 아모레퍼시픽에 지원했었고 1차 면접에서 왜 화장품 회사에 지원했는지에 대한 질문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면접관 님께서 좋게 봐주셨는지 다행히 1차 면접은 통과하였지만 2차 토론면접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셨지만 말이다.
대다수 지원자들이 ‘화장품 회사에 왜 지원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을 들고 있으면 정말이지 한숨이 나올 경우가 허다하다. 신기하게도 이런 지원자들은 비슷한 답변을 하는데 바로 다음과 같다.
“제가 여자라서 그런지 몰라도 화장품을 많이 사용하고 있어서, 화장품 회사에 관심이 있습니다.”
맞는 말이다. 여자이기 때문에 화장품을 많이 사용할 것이고 자연스럽게 화장품에 관심이 있을 것이고, 화장품 회사에 지원했을 수도 있다.
이번엔 이렇게 생각해 보자.
당신은 매일 잠을 자는가? 전 세계 사람들이 ‘그렇다’라고 답할 것이다. 그렇다면, 당신은 매일 잠을 자기 때문에 잠옷이나, 침대에 관심이 있는가? 이런 이유로 가구 회사에 지원할 것인가?
당신은 하루 세끼 밥을 먹지 않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매일 밥을 먹기 때문에 농부가 되고 싶은가?
이렇게 묻는다면 그 어느 누구도 ‘그렇다’라고 답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왜 화장품 회사 지원하는 지원자들은 ‘제가 여자라서 화장품을 많이 사용하다 보니 화장품에 관심이 많아서, 화장품 회사에 지원하게 되었습니다’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것일까?
첫째는 내가 왜 이 분야에 관심이 있는지 깊게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고, 둘째는 설득해야 할 상대가 누구인지에 대한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신이 설득해야 할 상대 면접관은 단순히 당신이 화장품을 사용하는지 정도 수준을 확인하기 위해 질문하지 않는다. CJ 제일제당 면접관이 당신이 얼마나 설탕을 좋아하고 자주 먹는지에 관심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유명대학을 졸업한다고 해서 다르지 않다. 바로 이 글을 쓰는 오늘 낮에도 해외 마케팅 인턴을 채용하는 자리에서 유명 E 여자대학 졸업을 앞둔 지원자가 위 예시와 똑같은 대답을 하였다. 이런 답변을 들을 때마다 저자가 취업할 당시 트렌드였던 압박 면접의 일환으로 지원자들에게 묻고 싶을 때가 있다. ‘매일 식사하시니 농부가 되고 싶으신가요?’ 물론 어린 지원자들이 당황할 모습이 뻔하고 회사 욕 먹이는 일이 될 까 봐 마음속으로만 묻지만 말이다.
면접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면접관을 설득시키기 위해서는 내가 왜 이 회사, 해당 직무에 꼭 필요한 사람인지를 설득시켜야만 한다. 운 좋게 이력서가 합격되어 면접까지 기회를 얻었다면, 자기소개서를 다시 한번 열어 보자. 만약 자기소개서에서 위 대답과 같은 내용이 적혀 있다면 지금이라도 당장 면접관을 설득시킬 이유와 근거를 생각해 보자.
내가 자주 사용하는 것 때문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그 관심을 어떻게 더 키워 나갔고, 이러한 행동과 학습들이 어떻게 회사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면 면접관이 당신을 바라보는 눈빛은 아마도 생기를 잃을 것이다.
명심하자. CJ 면접관이 설탕 매일 먹는 지원자를 찾고 있지 않듯이, 화장품 회사 면접관이 화장품 매일 사용하는 이유로 당신을 채용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