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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범준 Sep 18. 2024

다 지난여름

다 지난여름인데 뭐가 그리 아쉬 운지

선풍기가 돌아간다. 먼지끼어 영 시원치 않은 선풍기는

그래도 최선을 다해준다. 시원하지도 않은 선풍기는 돌아간다.

다 지난 일인데도 뭐가 그리 아쉬운지

머릿속은 복잡하다 오염되어 영 회복되지 않은 머릿속은

다른 생각을 하려 애써준다

영원할 것 같지만 영원하지 않은 것에 대한 회한이다. 다 지난여름인데 뭐가 그리 속 좁은지

내어 주지 못한 채 미련스럽다 이 밤이 가져가 줄 것이라 생각했던

그대는 여전히 아침에도 나를 지배한다.

시원치 않은 선풍기 같은 내 의지는

이미 지배당한 채 혼미하다.

다 지난 일인데도 마치 어제 일만 같다

멍한 채 돌아보면 그 얼굴이 여전하다

언제라도 돌아보면 사랑스러운 내음 안에

내 모습은 남아 있지 않다

가물가물 그대와 사랑했던 내 표정이

이 밤에 드리운다

영원할 것 같던 것은

영원하지 않기를 바란 채

영원을 강요하며

어제도 오늘도

꽃 같던 입꼬리를 그려본다.


먼지 낀 선풍기는 여전히 시원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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