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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봄소리 Nov 15. 2018

The Show Must Go On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후기 (ScreenX 싱어롱) #4

싱크로율에 대한 단상


<보헤미안 랩소디>가 일반 관객들에게 화제를 일으키는 만큼, 퀸 팬에게는 모두 만족스러운 영화였을까? 나의 경우는 '그렇다'의 입장이지만 실제 주변 퀸 매니아격의 분들의 후기를 보면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이 봤다. 가장 큰 이유가 실제 인물과의 싱크의 어색함과 고증 오류, 그리고 스토리적인 단점들이다. 하지만 결국 '퀸 음악'의 힘이 영화 흥행의 힘이라는 점에는 모두 공감을 한다.


싱크로율에 대해서는 프레디머큐리 역을 맡은 '라미 말렉'이 뻐드렁니를 표현하기 위해 마우스 피스를 끼고 연기하고 체구까지 비슷해서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프레디 머큐리의 생김새보다는 이미지가 더 중요하지 않던가. 개인적으로는 마우스 피스까지는 과하다는 느낌이었다. 비슷하긴 하지만 눈빛이 주는 분위기는 사실 프레디 머큐리와는 다른 느낌이라서 영화를 수차례봤지만 외향적으로도 라미 말렉이 프레디 머큐리라와 똑같다는 느낌을 받진 않았다. 하지만 라미 말렉이 연기하는 프레디 머큐리를 통해 프레디 머큐리의 삶을 느낄 수 있었다면 그걸로 충분하지 않은가.


외향적인 싱크로율은 머리스타일과 복장 정도면 충분하고, 원래 인물의 이미지와 분위기를 살릴 수 있다면 성공한 캐릭터라고 본다. 히스 레저가 잭 니콜슨의 조커 연기를 뛰어 넘을 수 있었던 것은 외향적인 조커 흉내가 아니라 심리적인 캐릭터의 승리였던 것 처럼 말이다. 배우가 실존 인물과 비슷하다고 느끼는 것은 흥미요소이긴 하지만 '진짜 똑같다' , '아니다'의 이분화로 규정 짓고 싶지 않다.


보헤미안 랩소디 영화 줄거리에 나오는 인과관계는 실제와 다른 부분이 많다. 사실이라는 재료를 갖고 요리를 하기 위해 이런 저런 새로운 픽션을 추가 한 셈인데, 편집과 상황 연출은 영화기 때문에 가능한 내용 아닌가. 다큐멘터리가 아닌 드라마 영화인만큼 연출적인 요소가 사실과 다르다는 점은 중요하지 않다.

   


보헤미안 랩소디 - ScreenX 싱어롱  리뷰


보헤미안 랩소디 시사회를 같이 보았던 짝궁이 ScreenX리뷰를 공유해주면서 처음으로 ScreenX관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게 되었다. 일부 장면이 좌우 정면 3면의 스크린으로 상영되는 특별관이고, CGV에만 있으며 보헤미안 랩소디의 콘서트 장면을 볼 때 특히 잘 연출되었다는 평이 많았다. 퀸의 오리지널 멤버인 브라이언 메이와 존 디콘이 ScreenX에서 잠깐 좌우 화면에 비추어진다는 점도 숨은그림찾기 처럼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원래는 시사회 다음으로 보고 싶은 포맷이 IMAX도 아니고 MX도 아닌 ScreenX 였다. IMAX와 MX는 경험해본 적이 있지만 ScreenX는 그동안 관람한 경험이 없었기도 해서 상영 포맷에 대한 궁금함이 컸다. ScreenX를 가장 처음으로 개봉하는 주말 관람을 예약했었는데 갑자기 ScreenX 싱어롱관이 생긴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이왕이면 싱어롱으로 봐야겠다는 생각에 스케줄을 맞추다 보니 MX > IMAX > ScreenX 순으로 관람하게 되었다.


금요일 저녁에 영등포CGV에서 관람하게 되었는데 만석이었다. 원래는 싱어롱이 개봉 다음주 평일에만 CGV에서 오픈했었는데 반응이 좋아지자 주말 및 다른 영화관에서도 확대 개봉이 확정된 상태였다.  영화 시작할 때 브라이언 메이가 연주하는 기타 음색으로 20th Century Fox Fanfare 가 나오자 일부 사람들이 박수를 친다. 사람들의 적극적인 호응이 반갑다. 영화 첫 장면에 Somebody to Love가 나오는데 바로 싱어롱 가사가 나타났다. 원래 노래 가사를 한글로 해석해서 보여주던 걸 싱어롱에서는 노래방처럼 영어 가사가 나온다고 보면 된다. BGM으로 사용된 퀸 노래나 잠깐 공연하는 장면에서도 싱어롱이 나왔고, 노래와 인물 대사가 함께 나오는 씬에서는 싱어롱이 제외되었다. 싱어롱은 그날 그 시간 관객의 분위기에 따라서 노래 부르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만족도가 각양각색이다.


나는 싱어롱이 나올때마다 노래를 불렀지만 내 옆에 앉아계신 중년의 아저씨가 조용히 앉아계셔서 내 노래가 저분의 감상에 방해가 되는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기왕 박수칠꺼면 머리위로 환호하면서 치는 걸 선호하는데 뒷 사람의 시야에 방해되지 않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다수가 참여하면 자연스럽지만, 소수가 참여하면 민폐가 될 수 있는 분위기였다. 내가 관람한 타임은 1/3정도가 호응해서 너무 민폐도, 너무 신명나지도 않은 상태로 그럭저럭 반응하는 재미로 즐겼다. 회사에서 락앤롤 좋아하는 동료와 함께 온 것이 같이 노래를 부를 수 있으니 다행이라고 느껴졌다. 조용하게 앉아 계시던 아저씨는 유일하게 보헤미안 랩소디 노래는 따라 부르셨다. 노래도 아주 점잖게 하셨지만. 그래도 라이브 에이드 장면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박수도 치고 에-롭도 따라하며 낯선 관객이 아니라 함께하는 관객이 될 수 있었다. 자막이 올라가면서 'Don't stop me now'와 'The show must go on'이 나오는데 끝까지 싱어롱 자막이 나와서 좋았다. Don't Stop me now의 음악이 나오는 장면은 라이브 버전이라서 앨범보다 좀 느리게 프레디 머큐리가 노래를 부르는데 앞쪽에 어떤 분이 다음 가사가 바로 나올줄 알고 혼자 아주 큰 소리로 'and the world~'를 노래불러서 모두가 빵 터치는 순간도 있었다.  


ScreenX로 본 보헤미안 랩소디는 확실히 화려했다. 연주 장면이 나올때 마다 삼면에서 다양한 앵글 혹은 확장된 스크린 형식으로 보는 즐거움을 주었다. ScreenX의 새로운 경험과 싱어롱의 긴장과 화합의 장을 함께 느껴 볼 수 있었던 관람이었다.



퀸을 찾아 떠난 여행


2006년과 2008년에 퀸과 관련된 특별한 여행을 한 적이 있다. 2006년에는 학교를 졸업하고 입사 하기 전 퀸의 발자취를 찾아 런던 여행을 떠났다. 브리티쉬 락 음악을 좋아했던 내게 하나의 로망이 이루어진 셈이다. 내가 찾아간 곳은 보통의 관광지와는 달랐다. 퀸이 공연했던 윔블리 구장, 하이드 파크 공원을 거닐었다. 퀸이 공연을 했던 하이드파크는 쌀쌀한 날씨속에서도 푸른 잔디와 공원을 거니는 사람들의 모습들은 여유롭고 따뜻하게 느껴졌다. 잠시 가던 길을 멈추고 숨을 깊게 들이마시자 그 언젠가 울려퍼졌던 퀸의 음악과 관객들의 환성들이 들려오는듯 했다.



퀸 뮤지컬 '위윌락유'는 두시간쯤되는 공연시간동안 별똥별처럼 쏟아지는 퀸의 수많은 히트곡만으로도 충분히 감동적이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공연끝무렵에 가서는 막을 내린다음에 다시 "보헤미안랩소디를 듣기 원하느냐?"하면서 콘서트처럼 무대를 이끌어간다. '위윌락유'는 이후 내한공연도 했다. 맘마미아처럼 스토리적인 완성도가 있지 않고 론머맨같은 SF를 계속 보는 느낌이라 아쉬움이 많았다. 12년간 롱런했으나 2014년 5월을 마지막으로 공연이 종료된 상태이다.



프레디 머큐리가 마지막으로 살던 주택인 'Garden Lodge'는 팬들의 사인이 가득했다.

조용한 주택가 골목에서 한참 걷다가 발견한 프레디 머큐리의 집은 팬들의 사인이 없었으면 알아보기 힘들었을지도 모르겠다. 초인종에 써 있는 'I still love you'라는 말을 보며 These days are the days are our lives 뮤직 비디오의 마지막 장면을 떠올렸다. 삶의 마지막을 예견한 프레디 머큐리의 음악에 대한 애정과 열정이 담긴 앨범이 바로 Innuendo 이다. 영화 타이틀이 올라가면서 가장 마지막에 나오는 The show must go on이 바로 Innuendo 앨범의 타이틀 곡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oB4K0scMysc


2008년 런던에 있는 디자인오피스에서 3개월간 파견 근무를 했었다. 도착한 첫 주에 3개월 체류 기간의 모든 주말 여행 스케줄을 짜고 비행기와 기차 예약을 최저가 취소불가로 해버렸던 기억이 난다. 런던에서 여행이 아닌 생활로 머무르면서 영국 사람들과 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을 했다. 마침 회사에서 음악을 좋아한다는 런더너에게 퀸을 좋아한다고 얘기를 꺼내니 반응이 미지근하다. 그는 트렌디한 팝음악을 좋아했다. 그건 마치 BTS를 좋아하는 한국인에게 70년대를 풍미한 나훈아를 좋아하세요?라고 물은거랑 비슷한 걸까.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그가 퀸얘기를 꺼낸다. '너 퀸 콘서트 하는 거 알고있니?' 브라이언 메이와 로저테일러가 퀸이라는 이름으로 폴 로저스(Paul Rodgers)와 함께  the cosmos rocks라는 앨범 발매후 하는 투어 공연이 마침 파견 근무하는 기간에 있었다. 퀸의 기타리스트 브라이언 메이는 천문학 박사로 퀸 활동때문에 학업을 중단했다가 2007년도에 다시 논문을 완성해서 졸업하고, 리버풀 존 무어스 대학교 총장까지 지낸 이색 경력이 있다. 콘서트때 폴 로저스가 '닥터 브라이언메이' 라고 소개 하던 순간이 인상적이었다. 일반적으로는 기타리스트라고 소개할텐데 박사님이라고 얘기한 것은 cosmos rocks를 하는 천문학 박사님이 무척 잘 어울리기 때문이 아닐까.  


  

그해 11월 프레디 머큐리 기일이 있는 달인만큼 꼭 가보고 싶었던 Made in heaven의 앨범 쟈켓의 배경, 프레디 머큐리 동상이 있는 몽트뢰를 찾았다. 스위스 몽트뢰는 작은 호수가 너무 아름다운 조용한 도시였다. 아침에 물안개가 올라오는 산책길을 걸으니 이 곳에 있으면 음악적 영감이 저절로 생길 것 같은 기분이었다. 많은 음악가들이 왜 몽트뢰를 좋아했는지 알 것만 같았다.



Innuendo는 프레디 머큐리 생전의 마지막 앨범, Made in heaven은 프레디 머큐리 사후 프레디 머큐리의 마지막 레코딩을 다른 멤버들이 완성시킨 앨범이라 특별한 애잔함이 느껴지는 앨범이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의 엔딩 크레딧 자막에 흘러나오는 'The show must go on'은 삶과 죽음을 뛰어 넘는 한 뮤지션의 열정과 애정을 대변해주는 멋진 선곡이었다. 우리는 어떠한 쇼를 꿈꾸고, 계속 해야 할 것인가.


The show must go on..


https://www.youtube.com/watch?v=t99KH0TR-J4


5부에서 단체대관 후기가 계속 됩니다. :)

https://brunch.co.kr/@joecool/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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