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다녀왔습니다~~~!!!!
제가 학교에서 돌아올 때는 빈집에 인사하지 않습니다.
국민학교 1학년 동생이 집에 먼저 와 있거든요.
얜 아마 빈집에 인사했을 거예요.
근데 그 인사가 정말 중요하대요. 항상 예의 바르게 행동하라고 엄마가 그러셨거든요.
우린 빈집이라도, 나갈 때 나간다 들어올 때 들어왔다 인사해요.
엄마 대신해서 집이 다 듣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거든요.
아주 어릴 땐, 우리가 크게 인사하면 엄마가 멀리서 들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 적도 있었죠.
근데 그건 아니라는 거! 국민학교 5학년은 그 정도는 이제 안다는 거!
그래도 여전히 큰 소리로 인사는 한다는 거!!!!
동생이 벌써 혼자 티브이를 보고 있네요? 가방 던져놓고 일단 합류합니다.
솔직히 말해서 그 시간대에 우리가 볼만한 프로그램은 없어요.
몇 개 안 되는 채널을 열댓 번 돌리다가 그만둡니다.
만화는 오후 4시 이후부터 하니까 이때가 참으로 애매한 시간이라고 할 수 있죠.
우린 자연스레 아파트 복도로 나갑니다.
이웃집 친구들도 그 소리를 듣고 따라 나옵니다.
지금은 그러면 큰 일 날 일인데, 그때는 아이들이 우당탕 복도를 왔다 갔다 놀았어요.
설마, 우리 아파트만 그랬을까요? (아니라고 해주세요!!)
옆 집 들어가서 간식도 같이 먹고,
우리 집 와서 만들기도 같이 하고,
밖에 나가서 소꿉놀이도 하고,
옆 집 아줌마가 이모고, 옆 집 아저씨가 삼촌이고, 주말이면 다 같이 놀러도 다니고, 그렇게 이웃사촌들과 시간을 보냈어요.
해가 넘어갈만하면 하나 둘 집에 갑니다.
꼭 엄마들이 누구야~ 하면서 부르잖아요.
일하러 간 엄마를 둔 친구 누구는 그게 그렇게 부럽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나, 저는 아닙니다!
저는 그 시간이 만화영화의 시작을 알리는 중요한 사전 고지임을 알기에!
부러움을 느낄 시간적 여유가 없지요.
지체 없이 빠르게 집으로 달려가 티브이를 켭니다.
집 문단속 꼭꼭하고 동생이랑 살 부딪히고 웅크려 앉아 세일러문을 만나러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