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크면 꼭 이 시간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거든요.
학교가 끝나고 집에 와서 엄마가 퇴근하고 오실 때까지 내가 무슨 짓을 했는지.
그때는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죠.
왜 그런지 아시죠?
거의 대부분 엄마에게 혼날 일이었기 때문이죠.
저는 초등학교 5학년 12살이고요, 4살 어린 동생이 있어요. 이제 막 초등학교에 들어간 동생이죠.
금요일 아침, 우리는 일어나서 엄마가 차려둔 밥을 먹고 학교에 갑니다.
엄마는 우리가 일어나기도 전에 출근하시거든요.
엄마가 안계서도 아침밥은 꼭 먹었어요.
화려한 차림은 분명 아니었지만 사실 차려진 음식을 보면 안 먹을 수 없었어요.
식탁 위에 있는 사랑이 가득 담긴 엄마의 메모를 봤거든요.
엄마가 우릴 키우기 위해 열심히 일하시는데 차려둔 밥은 맛있게 먹어야죠.
5학년인데 그 정도는 알죠.
초등학교 5학년... 아 솔직하게 말할게요. 국민학교 5학년!
밥을 다 먹고 학교를 가기만 하면 되는데, 아침에 그... 유치원생들이 보는 프로그램을 하거든요?
'KBS 유치원 하나 둘 셋'
그걸 잠깐 틀어봅니다. 아니 사실 이미 켜져 있었죠.
집에 저와 동생 우리 둘 밖에 없으니 무서워서 튼 거예요. 보려고 튼 게 아닙니다.
집에서 학교까지 10분이면 가는데 1학년 동생 생각해서 15분 잡습니다.
그걸 감안해도 10분이 남네요. 제가 계산이 좀 빨라요.
밥도 먹었겠다 등에 책가방도 메었겠다, 남은 10분 동안 행복한 티브이 시청 타임입니다.
유치원생만 보는 프로그램 아닙니다. 전체관람가예요.
국민학교 5학년도 재미있게 볼 수 있다는 말이 딱 맞아요.
어찌나 그리 재미있는지... 정신 차려보니 10분 밖에 안 남았네요.
동생아 달려야 해!!!!
서둘러 티브이 끄고 신발에 발 대충 집어넣고 달립니다.
씻고 학교에 갔는지 안 씻고 학교에 갔는지 기억이 나질 않아요. 이미지 관리상 씻은 걸로 할게요.
아무도 없는 집에 큰 소리로 외치고 출발합니다.
학교 다녀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