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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누피 Feb 14. 2023

4. 동생을 돌볼 여력이 없을 뿐



"언니 주방이 왜 이래... 엄마한테 혼날 것 같아..."


알아요. 동생이 상황을 정확히 보긴 합니다. 


하지만 아직 동생이 요리를 안 해봐서 잘 몰라요. 제가 언니고 또 동생이 어리니까 이해합니다. 


요리할 때 이 정도는 자연스러운 거라고 괜찮다고 말해줍니다. 


배고프니 일단 먹고 나중에 치우면 된다고 안심시켰죠. 




케첩과 마요네즈 듬뿍 뿌려서 한 입 먹어봅니다. 


오~~ 꽤 괜찮은 맛!! 저 요리에 재능 있나 봐요? 


깊은 감동에 빠져있는 제게 동생이 말합니다. 


"언니 밀가루 맛이 나..."


자세히 보니 동생 팬케익에 밀가루가 그대로 숨겨져 있었네요. 


이걸 어떻게 해야 했을까요? 덜 섞은 걸까요? 덜 익힌 걸까요? 


이건 저도 모르겠어요... 초등학교 5학년이 모든 걸 다 알 수는 없잖아요.


일단은 동생에게 괜찮다고 말해줍니다.


그냥 먹을 수 있는 부분만 먹으라고 합니다. 


엄마가 음식을 버리면 안 된다고 했는데,  동생이 남긴 음식을 어떻게 엄마 몰래 처리해야 할지 갑자기 막막해지네요.




솔직히 말하면, 동생을 챙기는 일은 쉽다가도 어려워요. 


같이 놀 땐 좋거든요? 


동생이 뭘 물어보거나 도와달라고 할 때가 문제예요.


방금처럼 제가 모르는 걸 물어보기도 하고, 할 수 없는 걸 도와달라고 하거든요. 


그때마다 저는 대충 아는 척이라도 하거나, 대충 둘러대죠. 


그러다 보니 제가 진짜 알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헷갈려요. 


근데 괜찮아요


제가 그렇게 할수록 동생이 편안해하는 것 같거든요. 


헷갈리긴 하지만 '엄마 대신 언니가 엄마'라 하셨으니까 잘하고 있는 거겠죠.




문제라면... 


엄마가 집에 오시면 혼나는 건 저라는 거죠. 


그게 제일 별로인 부분인데, 그건 이따 말씀드릴게요. 


학원 가야 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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