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일 하는 동안 우린 '학교' 아니면 '학원'에 간답니다.
동생 손 잡고 한참을 걸어 동네 끝에 있는 한문학원에 갑니다.
다닌 지 꽤 오래된 학원이에요.
가면 책상 앞에 앉아서 호랑이 선생님이 시키는 대로 쫑알쫑알 한자를 외워요.
하기 싫다는 생각도 없지만 그렇다고 재미있다는 생각도 없어요.
그냥 거기 가면 호랑이 선생님이 계시고 친구들이 있으니까 가는 거죠.
최근엔 바둑학원도 추가 됐어요.
이렇게 학원을 다니고 보니까 알게 된 게 있어요.
확실히 어린 게 좋더라고요.
초 5 정도면 충분히 어리다고요? 아니에요.
한자도 바둑도 동생이랑 같이 시작했는데 둘 다 동생이 훨씬 더 잘하거든요.
동생을 보면 뭐든 빨리 배워우는 게 좋아 보여요.
제가 동생이랑 학원 다니면서 배운 게 있다면 바로 이거예요.
솔직히 초등학교 5학년은 이제 한자나 바둑 할 나이는 아닌 것 같아요.
제 친구들은 다 속셈학원이란 곳을 다닌단 말이에요.
솔직히 어떤 곳인지 한 번쯤 가보고 싶었거든요.
근데 엄마가 안된대요.
아마도 동생과 같이 갈 수 없는 곳이기 때문일 거예요.
동생을 혼자 둘 수 없잖아요. 저도 그건 알고 있죠.
아니면 뭐... 돈 때문일 수도 있고,
아니면 뭐... 제가 몰라야 할 어떤 이유 때문일 수도 있죠.
한 번쯤, 왜 인지 엄마에게 물어보고 싶긴 하거든요.
왜 나는 속셈학원 못 가는지? 아니면... 엄마 오늘은 학원에서 어떤 한자 배웠는지 알아? 바둑에서 내가 어떻게 이겼는지 알아? 이야기하고 싶을 때도 있어요.
근데, 이건 진짜 안 물어봐도 괜찮아요.
왜냐면, 퇴근해 집으로 들어오는 엄마를 보는 순간 어차피 다 까먹거든요.
하루 종일 호랑이 선생님들과 있다 보니 어둑해졌어요.
집에 엄마가 와 있겠죠? 가끔 빨리 오시는 날이 있거든요.
그날이 오늘이었으면...!
동생 손을 잡고 빨리 집에 달려가 봅니다~~~~